사랑방 풍경

스위스 안락사 병원

tlsdkssk 2015. 8. 18. 10:29

 

영국인 밥 콜(68)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오후 2시, 스위스 취리히의 안락사 전문병원 디그니타스 병원에서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폐에 생긴 악성종양인 중피종(中皮腫)으로 고통받아 온 그는 사망하기 전 영국 매체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암 때문에 동물처럼 웅크리고 살아 왔다. 이건 삶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치매의 한 종류인 핵상마비 환자였던 그의 아내도 지난해 2월 같은 병원에서 안락사했다. 콜은 “조국에서, 내 집 침대에서 품위 있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영국에서도 안락사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에는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였던 영국인 질 패러우(75·여)가 “늙는다는 것은 암울하고 슬프다”면서 “보행기로 길을 막는 늙은이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면서 역시 스위스에서 안락사했다.

유럽인들이 스위스로 ‘자살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아직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998년 설립된 디그니타스 병원에서는 지난해까지 1905명이 안락사했고 그중 1749명이 외국인이다. 스위스에서는 1942년부터 안락사와 이를 지원하는 행위가 허용됐다. 현재 안락사가 허용된 곳은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미국 뉴멕시코·몬태나·버몬트·오리건·워싱턴 등 5개주, 캐나다 퀘벡 정도다.

최근 유럽에서 60, 70대 노인들이 잇달아 안락사를 선택하면서 안락사 허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고 ‘더 선’과 ‘가디언’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권리를 더 많은 나라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될 경우 생명경시 풍조가 더욱 만연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하지만 근래 들어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에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면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3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진정제 투입과 함께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 음식 및 수분 공급을 모두 중단해 생명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지난 6월 식물인간 상태인 프랑스인 뱅상 랑베르(38)에게 인위적인 영양과 수분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유럽 인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조력자살’ 허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영국에서는 최근 성공회 수장이었던 조지 캐리 전 캔터베리 대주교가 “고통을 주는 것은 전혀 고귀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주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의사의 처방 등에 따라 끊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위배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영국의 안락사 반대 단체인 ‘케어낫킬링(Care Not Killing)’은 15일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현재의 법은 빈곤층, 장애인, 노인,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죽음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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