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교활해진 바이러스

tlsdkssk 2015. 3. 21. 08:35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편집자주]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팝콘 사이언스-71]日히트만화 원작 '기생수 파트1' 개봉…치사율 높은 기생충·바이러스 잇단 출현]

↑ 영화 '기생수 파트1'의 한 장면/사진=판씨네마

'기생수 파트1'은 기이하고 잔혹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영화화한 것이다. 인간 뇌와 몸에 기생하고, 인간을 잡아먹는 괴생명체 이야기이다.

원작만화 '기생수'를 간단히 소개하면, 일본 만화 잡지 '월간 애프터눈'에 연재돼 누적 판매 부수 1000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영화 '기생수 파트1'은 만화책 10권 중 5권의 내용을 2시간짜리 필름에 담았다.

영화속 전체 설정은 기생 생물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인간 개체 수 줄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기생 생물들이 인간의 귀로 침투, 뇌를 장악한다. 이들은 주요 영양 공급원인 인간의 피를 구하기 위해 주변인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이 와중에 어느 한 기생 생물은 평범한 고등학생 신이치(소메타니 쇼타)의 뇌를 지배하는 데 실패해 차선책으로 그의 오른속에 침투한다. 이 기생 생물은 신이치와 공존한다. '오른쪽이'(아베 사다오)로 이름 붙여진 기생 생물과 신이치의 기묘한 동거로 이 이야기는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 영화 '기생수 파트1'의 한 장면/사진=판씨네마

오른쪽이는 신이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하고 행동한다. 호기심도 많아 신이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상황도 자주 펼쳐진다. 이들이 겪는 돌발 해프닝에 경직돼 있던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어느 새 오른쪽이는 끔찍함에서 깜찍한 캐릭터로 변해 있다.

오른쪽이는 차츰 인간과 자기 동족에 대해 알아가면서 신이치 편에 서게 된다. 학교에 나타난 의문의 교사 타미야 료코(후카츠 에리)의 등장과 함께 신이치와 오른쪽이는 기생 생물의 정체와 그 이면에 감춰진 음모를 찾아 나선다.

신이치의 오른팔이 위험상황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머리를 변신시키는 다른 기생수들의 모습 등을 진짜처럼 묘사한 컴퓨터 그래픽(CG) 효과가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이다. 전편에 이은 속편 '기생수 파트2'는 내달 일본서 개봉할 예정이다.

◇연이은 기생충·바이러스 공포

지난해부터 기생충과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끊일 날이 없다. 이 주는 울산 앞바다에서 원인 불명의 '고래회충'이 다량 발견돼 충격을 안겨 줬다.

TV 화면을 통해 유충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도됐다. 이를 지켜 본 사람들은 경악했다. 인간도 이 회충에 감염될 수 있다. 내장을 파고드는 습성 때문에 더욱 경계하게 된다.

뚜렷한 약물 치료법이 없다.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실로 충격적인 뉴스였다.

감염 유충은 고등어, 연어, 청어, 대구, 명태, 참조기 등에서도 발견된다고 하니, 바다에서 잡혀 식탁에 오르는 모든 것에 고래회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상위 포식자로 올라선 인간에게 이 같은 기생충의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될 일로 감내해야 할 일일까.

앞서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한 건 '살인 진드기'와 '에볼라' 바이러스였다.

◇이전 진드기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살인 진드기'는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를 뜻하는 것으로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신종 감염병이다. 치사율이 40%를 넘는다. 이 바이러스는 진드기에 물리고서 6일~14일 잠복기를 지나, 초기 고열과 같은 몸살 증상이 나타나고, 메스껍고 토하는 위장 증상이 시작된다. 이후 출혈 쇼크, 패혈증이 중증으로 진행돼 사망한다.

지금까지는 야외에서 진드기에 물리는 것만 피하면 예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도 감염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을 긴장케 했다. 병원 응급실 인력들이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혈액 또는 체액, 호흡기 분비물 등에 피부나 점막이 접촉돼 2차 발병이 이뤄진 것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인간 간 감염은 국내에선 첫 사례지만 중국에선 지난 수년 간 야생진드기 바이러스 환자와 접촉한 가족과 치료 의료진에게서 2차 발병이 나타난 사례들이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관련된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없다. 때문에 쇼크가 왔을 때 혈압상승제를 쓰는 방식의 보조요법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 출혈과 고열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 환자의 혈액과 체액에 직접 접촉하는 가족과 의료진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다는 점, 전염성과 치사율이 매우 높다는 점 등이다.

↑ 에볼라 바이러스 진원지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에볼라 치료센터(ETC)에 파견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1진 의료진의 활동 모습/사진=뉴스1

◇이전 에볼라가 아니었다

그런대 지난해 서아프리카에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치사율이 이전에 비해 낮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이 되레 독이 됐다. 낮은 치사율로 에볼라가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이전처럼 숙주(인간)가 일찍 사망하면 에볼라 바이러스도 다른 숙주를 찾기 전에 함께 사망해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숙주가 오래 살아 다른 숙주에게 옮겨 갈 시간을 벌어줬다.

전문가들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숙주를 가능하면 서서히 죽여가는 것이다.

독일 베른하르트 노치 병원의 스테판 군터 박사 연구팀은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의 DNA 서열은 자이르 바이러스와 유사하나 3% 정도의 차이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3%의 차이는 '치사율이 낮아줬다'는 의미이다.

자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중 가장 위험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치사율이 80%에 달한다.

에볼라는 온몸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어떤 조치도 제때 치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출혈 증상이 약해 치료가 쉬웠다. 따라서 치사율도 그만큼 낮아졌다. 대신 이 질병은 대륙간 이동 비행기를 따라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 날라졌다.

에볼라는 아프리카 밀림 속에 주로 사는 과일박쥐에 기생한다. 과일박쥐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만, 자신은 발병하지 않는다. 다른 종에 옮기기만 하는 병원균 중간보유체이다. 가난한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이 과일박쥐를 사냥했다.

도시의 사람들은 나무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밀림을 파괴해 나갔다. 그렇게 지켜줘야할 선을 인간은 허락없이 넘어섰다. 경계가 무너지자 숲속의 진드기와 과일박쥐에 있는 바이러스들이 인간을 제일 먼저 나가 맞이했다.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피의자는 바이러스가 아닌 가만히 있던 에볼라를 건드린 인간일 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아직 세상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밀림 속에 더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어쩌면 에볼라보다 훨씬 더 강한 치사율과 전염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영화 '기생수 파트1'에서 인간 말살에 나선 기생 생물의 우두머리인 료코(후카츠 에리 분)가 던진 질문은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인간 수가 반으로 줄면, 불타는 숲도 반으로 줄까. 인간 수가 100분의 1로 줄어든다면 인간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로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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