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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

tlsdkssk 2015. 3. 13. 12:23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Donatello(1386~1466), The Penitent Magdalene, 1453-55
Wood with polychromy and gold (나무, 부분 도금, 채색)
Height 188 cm
Museo dell'Opera del Duomo, Florence
(오페라 델 두오모 미술관, 피렌체)


성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가운데
하찮게 여겨지는 죄인 마리아 막달레나가
유럽 성화에 적잖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리아 막달레나는 바로 속죄와 회개,
그리고 죄지은 자를 불쌍히 여기는
그리스도의 끝없는 용서에 대한 본보기였다.
그녀 본연의 신앙적 깊이가 묘사된 작품을 찾아보려 한다면,
우리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조각가 도나텔로 Donatello(1386~1466년)의 마리아 막달레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만남은 가히 충격적이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왜 그런 모습으로 서 있는지,
그 사연을 재구성 해보도록 하자.

마리아 막달레나는
간통과 매춘을 마다하지 않고
세상의 온갖 쾌락을 쫓으며 떠돌이로 살았다.
그러다 마침내 어느 마을에 이르자
곧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이리저리 빙빙 내몰고 급기야 돌팔매로 쳐죽이려 했다.
그 때 예수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그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머뭇거리다
돌멩이를 내던지며 한 둘씩 사라져 버려
결국 여인과 예수 단 둘이 남았다.
머리카락은 때에 절어 엉겨 붙었고,
옷은 갈가리 찢어지고 헤어졌으며,
흙먼지로 뒤덮힌 피부는 여기 저기 긁혀 상처투성이로
처참한 몰골이 된 막달라 출신 마리아가
회한의 눈빛으로 양손을 모으려 한다.
힘없이 가늘게 벌어진 여인의 입안으로부터는
꼭 사죄의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올 듯만 하다.

도나텔로가 조각한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성녀의 참회하는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조각에 표현된 막달라 마리아는 나무토막처럼 깡마른 노파이다.
그녀의 상징인 치렁치렁한 긴 머리카락이
온몸을 휘감고 무릎까지 내려와 있다.
젊은 시절의 긴 머리카락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지만,
여기서는 외모를 가꾸지 않고 방치해 두었음을 암시한다.
얼굴은 그야말로 흉측한 노파의 모습 그대로이다.
눈은 처참하게 찌그러졌으며,
목에 패인 깊은 주름은
그녀가 한때 미모를 자랑하던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할 수 없이 만든다.

도나텔로는 죄 많은 한 여인의 회개를
이처럼 처참히 묘사하여 오히려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연민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그는 뉘우치는 여인의 본래적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전통적 도상학이나 미에 대한 르네상스적 관점에서 물러나,
인간 내면의 소리에 더 귀기울였다.
도나텔로는 우아함과 아름다움,
또 때로는 관능미를 드러내는 대리석이나 청동을 피하고,
그 동안 종교적 조각에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목재를 선택했다.
어쩌면 마리아 막달레나가 느낄
심신의 고통과 위화감의 표현은
질기고 견고한 목재가 적격이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13세기 후반부터
독일에서 제작된 피에타상 역시
본래 목재로 제작된 것을 기억할 수 있다.
도나텔로는 이 목조각을 통해
진정으로 참회하는 성녀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표현방식 또한 600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범하며 현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