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화가 뭉크와 함께/ 이승하

tlsdkssk 2014. 9. 25. 15:44

 

 

 

화가 뭉크와 함께/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벌리고 과 과녁에 서 있는

그런 부 불안의 생김새들

우우 그런 치욕적인

과 광경을 보면 소 소름 끼쳐

다 다 달아나고 싶어

도 동화同化야 도 동화童話의 세계야

저놈의 소리 저 우 울음소리

세 세기말의 배후에서 무 무수한 학살극

바 발이 잘 떼어지지 않아 그런데

자 자백하라구? 내가 무얼 어쨌기에


소 소름 끼쳐 터 텅 빈 도시

아니 우 웃는 소리야 끝내는

끝내는 미 미쳐버릴지 모른다

우우 보트 피플이여 텅 빈 세계여

나는 부 부 부인할 것이다

 

- 시집 『사랑의 탐구』(문학과지성사,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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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소리가 되지 못하는 눌변과 더듬거림이 시를 읽는 사람을 내내 불편케 한다. 버벅대는 절규는 뭉크의 그림 이미지에 오버랩 되어 공포와 절망 속으로 깊숙이 밀어 넣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이 시는 폭력과 광기로 얼룩진 80년대 사회를 절규하듯 고발하고 있다. 세기말의 학살극과 보트피플을 병치하여 이 세계의 절망감을 표출하는데, 지어낸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태연하게 벌어진다. 무력한 시인 역시 시대와의 공범의식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낳은 위대한 화가 뭉크의 ‘절규’는 핏빛 하늘을 배경으로 세상사에 괴로워하는 인간내면의 고통을 묘사한 그림이다. 충격, 불안, 경악, 절망감으로 엄습한 '절규'는 무엇에 대한 것이며, 이 그림을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미술평론가들은 이 그림 속 인물은 뭉크 자신이며, 또한 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들 자신이라고도 한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몇 번씩은 절망감을 느끼고 깜짝깜짝 놀랄 일들을 경험한다. 그림의 인물처럼 공포와 경악의 광경을 일상 속에서 겪는다. 때로는 놀라운 일들에 태연하기도 하고 별 아닌 일에 놀라기도 한다. 

 

 어둡고 불안정하며 우울한 인간사를 대범하게 파고든 점이 뭉크 예술의 진정한 가치이다.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 보다는 고통, 희망 보다는 절망을 표현한 그림들은 보는 이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그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진실이기에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그런 관점은 문학에서도 통용되는데, 평론가 김현이 기형도를 두고 말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과 상통하는 개념이다. 그것은 절망의 시선으로 리얼리티를 바라보는 태도로서, ‘절규’는 뭉크와 이승하 시인 두 사람의 자화상인 동시에 언젠가 우리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절규와 이 시에는 그들이 세상을 알게 되면서 받았던 충격과 공포가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다. 오늘날까지 뭉크의 '절규' 만큼 두려움과 공포를 단순화시키고 또 극대화시켜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없었으며, 시는 단순한 그림의 번역을 넘어 시인의 개인사적 우울이 더해진 것으로 짐작된다. 그것은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표현이다. 아무리 외쳐도 그 절규의 소리가 목구멍에 달라붙어 나오지 않는 악몽과도 같은 공포가 시대의 배후에서 야금야금 엄습해오고 있음을 느낀다. 누가 우리를 구원해 줄것인가?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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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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