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돌로 표현된 희생의 의미 <론다니니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 1556-64년경, 대리석, 높이 191cm.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의 부분
미켈란젤로는 타계하기 전 1556~64년경 <론다니니 피에타>를 제작했습니다. 론다니니란 명칭이 붙은 것은 로마 궁전에 오랫동안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위해 제작했다는 기록이 없어 자신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말년에 쓴 개인적인 시의 내용과도 부합되어 그가 기도하는 방법으로, 하나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그리고 창조를 통해 구원을 소망하기 위해서 제작한 것 같습니다.
이것을 피에타라고 부르지만 과거 그가 제작한 피에타들과는 다른 모습이며, 전혀 새로운 형상입니다. 어머니는 바위 위에 올라서서 죽은 아들을 부축하고 있지만, 힘에 겨워 겨우 붙잡고 있을 뿐입니다. 마리아의 반쯤 선 자세와 그리스도의 모습을 불분명하게 묘사한 데서 그리스도는 죽은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한쪽 눈을 뜨고 자신의 왼쪽 어깨에 올린 어머니의 손을 응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원래 돌덩이가 하나였던 것처럼 두 사람은 한 덩이가 되었습니다.
<피렌체 피에타>와 마찬가지로 자세히 보면 마리아와 그리스도를 각각 명료하게 새기기에는 돌이 부족하며 돌에 맞게 미완성의 형식으로 작품을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작업 도중에 이미지를 변경하여 원래의 이미지를 지워나갔는데, 이런 점은 유령의 일부분처럼 남아있는, 분리된 그리스도의 오른팔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따로 붙어 있는, 잊히지 않는 오른팔을 보면 초기 구성은 보다 우람한 그리스도의 몸을 제작하려고 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그것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놓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작업 도중에도 계속해서 형상을 바꾸려고 시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창조력의 분출은 그가 한 형상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형상에 집착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가늘고 길게 제작한 데서 추상에 대한 개념과 의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추상화 경향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두드러지는데, 몇 세기 앞서 그가 실험한 것입니다. 그는 과격하게 추상화했지만, 자신이 구주로 삼은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일그러뜨리지 않고 어머니를 업은 모습으로 묘사하고, 어머니를 아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마지막 사랑의 표현이 가득한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그가 돌을 인간의 몸으로 만든 후 다시 그 몸으로부터 정신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사랑을 추상을 통해서 적절하게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과 그 밖의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스러운 희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미켈란젤로에게서 처음으로 고독하고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어떤 마력적인 힘에 쫓기는 근대적 예술가, 즉 자신의 상념에만 사로잡혀 있고 자신의 상념 이외에는 거들떠보지 않으며 자신의 재능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의 예술가적 사명 위에 어떤 높은 힘이 군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예술가를 대하게 된다.”
아놀드 하우저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이렇게 적으면서, 미켈란젤로에 와서야 비로소 예술가의 완전한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로 인해 르네상스 이후 예술가는 천재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으며, 예술가 자신이 바로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 되고 유행의 주체가 되었다고 봅니다. 여태까지는 예술가들이 세상의 영예를 기렸다면, 이제는 반대로 세상이 예술가들의 영예를 기리게 된 것입니다. 여태까지는 예술가가 개인적·종교적 숭배를 위한 도구였지만 이제는 예술가 자신이 숭배의 대상이 되었으며, 신의 축복도 후원자로부터 예술가 자신에게로 옮겨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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