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인 빗방울 / 여태천
나무도 들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날았을 저 종이비행기도
모두가 비에 젖어
침묵으로 풍경의 일부가 기꺼이 되어주는 시간
그 회고적인 장마 풍경을 본다
풍경이 다른 풍경으로 먹물처럼 번져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경계
밖에서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나는 무슨
특별한 기별이라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순진하게 어떤 기별을 기다리다
토란잎 위를 통통 구르는
낙관적인 저 빗방울을 부러운 듯 오래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다 또 적적한 마당 여기저기를
거닐어도 본다
문득 당도한 어떤
기별을 앞에 두고 어쩌지 못하는 사람처럼
아예 바지를 걷고서
집을 나와 우산도 없이 한참을 걸었다
무슨 유혹에라도 빠졌더라면,
그러나 나는 맨정신으로 한참을 더 걸어가
잠시 비 그친 가로등 아래서
젖은 두 손을 펴서 말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집 <국외자들> 문예중앙.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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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들풀처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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