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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령길

tlsdkssk 2013. 7. 2. 10:23

 

↑ 구룡령 옛길 트레킹 코스 울창한 숲 사이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걷는다 <사진 제공=양양군청>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야 더 맛이 나는 길이 있다. 백두대간에 자리한 구룡령 옛길도 그런 길 가운데 하나다. 옛사람들의 애틋한 사연을 품고 있는 길이 굽이굽이 이어진 구룡령 옛길. 솔반쟁이와 횟돌반쟁이 등 독특한 지명이 살아 있는 길을 걷다 보면 발에 걸리는 돌멩이, 풀 한 포기조차 정겨운 벗처럼 느껴진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옛길의 흔적은 아쉽게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한계령, 운두령, 문경새재 등 백두대간의 고개 일부에는 아직도 옛사람들의 자취를 조금 느낄 수 있는 옛길이 보존되어 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지나갔던 길, 그래서 참 귀하다.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 구룡령으로 향하는 옛길 역시 천천히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용이 구불구불 휘감아 돌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아흔아홉 구비를 넘어간다고 해서 '구룡령'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하니 기원부터가 재미있다.

강원도 양양과 홍천을 연결하는 구룡령 옛길은 예부터 다른 고개에 비해 길이 좋고 산세가 평탄해서 한양으로 가던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해발 1089m 높이의 고개, 구룡령을 사이에 두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잠시 잊혔던 적도 있지만 갈천리 주민들의 노력과 복원 작업으로 옛길이 다시 살아났고 지금은 명승지로 지정되어 관리를 받고 있다. 산림이 울창하고 산세가 빼어난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에 위치한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구룡령 옛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면 홍천 명기리 마을에서 시작해 구룡령을 지나서 갈천약수까지 이어지는 약 11km 구간이 적당하다. 또 길이 완만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야생화는 물론이고 버섯과 약초 등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여러 가지 사연을 지닌 독특한 지명의 장소들이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가득한 솔반쟁이, 장례식에 쓰는 하얀색 횟돌이 나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횟돌반쟁이, 양양 수령을 업고서 홍천까지 뛰어갔다 돌아오는 길에 청년들이 죽어서 무덤이 생겼다는 묘반쟁이 등. 마치 옛사람들의 삶이 사진처럼 펼쳐지는 것 같다. 갈천약수에서 시원하게 물을 마시고 산골 분교의 정취를 지닌 갈천분교까지 걷는 길도 운치 있다.

느낌여행사(www.filltour.com)에서 '백두대간 구룡령 옛길 트레킹' 일정을 선보인다. 홍천 명기리 마을에서 구룡령으로 올라가서 다시 양양 갈천약수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약 11km 구간을 5시간 걷는다. 7월 6ㆍ7일 출발하며 요금은 4만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