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슈베르트 를 깨뜨리다

tlsdkssk 2013. 6. 20. 10:38

 

              * 슈베르트 를 깨트리다 *

 

 

책꽃이.. 옥탑에서 책들 사이에 촘촘히 서서 살다가...

 

책 뒤질 때 와르르 방바닥에 내리꽃힌 CD들...

 

아... 슈베르트 얼굴이나 이름이 적힌 판들...

 

이 한세상 살며 그래도 마음...에 새길 것은

 

슈베르트..고흐..와 함께 보낸 시간에...

 

새겨진 무늬들이라 생각하며 여태 견뎌왔는데...

 

껍질만 깨지지 않고 혹 속까지 상한 놈은 없는가

 

며칠 동안 깨진 사연을 하나씩 들어본다

 

아니...사연 마저 깨진 맑음....이다

 

이틀 만에 듣는 폴리니가 두드리는  마지막 소나타..는

 

맑음..이 소리..의 물결..을 군데군데 지워..

 

몇 번이나 건너뛰며 간신히 멈춘다

 

슈베르트여.. 몸 뒤척이지 말라

 

가만히 둘러보면 인간은 기실

 

간신히 깨지지 않고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시방 같은 봄 저녁...

 

황혼이 어둠에 막 몸내주기 전 어느  일순(一瞬)

 

흘린 듯 물기 맺힌 눈 아니고는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어떤... 것이다......

 

 

                                                                황동규님

 

 

 

 

 

 

 

 

 

 

출처 : 종교
글쓴이 : 블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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