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베르트 를 깨트리다 *
책꽃이.. 옥탑에서 책들 사이에 촘촘히 서서 살다가...
책 뒤질 때 와르르 방바닥에 내리꽃힌 CD들...
아... 슈베르트 얼굴이나 이름이 적힌 판들...
이 한세상 살며 그래도 마음...에 새길 것은
슈베르트..고흐..와 함께 보낸 시간에...
새겨진 무늬들이라 생각하며 여태 견뎌왔는데...
껍질만 깨지지 않고 혹 속까지 상한 놈은 없는가
며칠 동안 깨진 사연을 하나씩 들어본다
아니...사연 마저 깨진 맑음....이다
이틀 만에 듣는 폴리니가 두드리는 마지막 소나타..는
맑음..이 소리..의 물결..을 군데군데 지워..
몇 번이나 건너뛰며 간신히 멈춘다
슈베르트여.. 몸 뒤척이지 말라
가만히 둘러보면 인간은 기실
간신히 깨지지 않고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시방 같은 봄 저녁...
황혼이 어둠에 막 몸내주기 전 어느 일순(一瞬)
흘린 듯 물기 맺힌 눈 아니고는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어떤... 것이다......
황동규님
출처 : 종교
글쓴이 : 블루 원글보기
메모 :
'詩가 흐르는 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세상 뜰 때/황동규 (0) | 2013.07.04 |
---|---|
[스크랩] 간통 / 문인수 (0) | 2013.06.26 |
[스크랩] 시인이 된다는 것/ 밀란 쿤데라 (0) | 2013.06.13 |
[스크랩] 꽃이 지며 자기 생을 완성하듯이 / 황동규 (0) | 2013.06.13 |
[스크랩] 그리운 죄(罪) / 박시교 (0) | 201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