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과 情을 품은 화가 천경자
천경자의 환상여행
정중헌 지음|나무와숲|296쪽|1만2000원
37년 경력의 기자이자 현재 조선일보 논설위원인 저자가 화가 천경자에 대해 쓴 평전.
저자는 문화부기자 시절부터 천경자를 가까이에서 취재해왔고,
천경자를 가장 잘 아는 기자로 통했다.
그래서 이 책은 이론으로 무장된 미술평론서가 아닌,
천경자의 삶과 작품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발’로 쓴 평전이다.
어느 화가나 다 그렇듯, 천경자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독특한 삶을 먼저 알아야 한다.
독창적 화풍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고, 문학과 여행을 통해 그 방법을 찾았던 끈질긴
노력, 한(恨)과 정(情)이 흐르는 그의 작품세계, 그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굴곡 많았던 화가의 삶을 저자는 편하게 서술한다.
그래서 천경자의 전기(傳記)이면서 동시에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해설서이기도 하다.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천경자가 쓴 글을 모은 그림에세이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
(랜덤하우스중앙)가 출간됐고, 천경자의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랜덤하우스중앙)도 28년 만에 재발간됐다.
입력 : 2006.03.17 23:04 27'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fontSet(); 정중헌 논설위원 평전 '천경자의 환상여행'
'꽃'처럼 화려한 … '뱀'처럼 슬픈 삶
저자와 투병중인 천화백 30년 인연 오롯이...
위작 파문등 '한과 고독'의 인생 담아
82세의 화가 천경자씨는 지금 뉴욕에서 투병 중이다. 지난 2003년 뇌일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노 화가의 뜨거운 예술혼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전이 현대화랑과 두가헌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평전이 때맞춰 출간됐다.
천 화백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한 '천경자의 환상여행'(나무와 숲). 한국 미술계 를 풍미했던 여성 화가의
굴곡 많은 생애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정중헌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30년에 걸친 인연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천 화백과 정 위원은 지난 76년 인터뷰를 계기로 처음 만났다.
이후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고, 지난 91년 '미인도' 위작 파문으로 절필을 선언하고 뉴욕으로 간 천 화백이
'작품을 위해 남은 생명을 불태워 갈 각오'라는 편지를 보낼 정도로 우정과 신뢰를 쌓아왔다.
평전은 생애 마지막이 될 이번 마지막 전시를 계기로 완성했다.
'…환상여행'은 천 화백의 생애와 지구촌 스케치 여행, 작품세계와 작가의 내면, 삶과 예술을 두루 다루고 있다.
'내 슬픈 전설의 40페이지', '생태', '환상여행' 등 대표작을 비롯해 저자와의 인터뷰, 화가의 육필 등도 포함돼 있다.
천경자는 '한과 고독, 슬픔의 작가'라는 게 통설이다.
그러나 저자는 '천 선생에게 한과 고독은 탄식이 아니라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그의 한은 화사하고 밝다'고 말한다.
'천 선생은 인생을 축제처럼 산 팔자 좋은 화가'라고 말하는 이유다.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천경자 다시보기'도 시도한다.
동양화, 서양화의 경계가 필요없는 독창적인 화풍을 일구어 냈고, 채색화와 풍물화를 통해 '천경자풍'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이제는 '감성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왜 그가 뱀을 그렸고, 꽃은 그에게 무엇이며 어째서 마녀같은 눈동자의 여인을
형상화했는지 등을 통시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평전은 천경자의 삶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돈이 없어 폐결핵으로 투병하던 동생을 잃은 슬픔, 첫 남편과 이혼하고 유부남과 결혼식도 치르지 못 한 채
20년을 동거한 아픔, 가혹한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35마리의 뱀을 형상화한 '생태'를 그린 사연,
스케치 여행, '미인도' 위작을 둘러싼 고민과 절망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불타는 예술혼으로 자신을 해방시킨' 천경자의 인간적인 면과 함께 채색화, 풍물화, 드로잉, 스케치 등
작품세계도 감상할 수 있다.
스포츠조선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