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다는 것은 선택받은 행운이다. 그리고 산다는 것은 아마도 그것을 보상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다소 음울한 귀절같지만, 산다는 것은 결코 존재 그 자체로만은 행복할 수 없다. 사람이 태어났다는 것 그 자체로 행복하다면 참으로 인간이란 돼지와도 별로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투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젊은 시절에 읽은 책 중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란 책이 기억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새는 알에서 깨어난다’는 귀절이 나오는, 일종의 소년 성숙기를 기록한 책이다. 인간은 이데아에 대한 자기 정립없이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람이란 누구나 한번은 알에서 깨어나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은 시인에게는 시적영감을, 음악가에게는 맑은 선율을 선사하지만 성도착자들에게 성적대상, 그 노리개감일 뿐이다. 요사이 한국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성범죄 그리고 ‘소녀시대’로 대표되는 K-pop 소녀 군단(?)은 어쩐지 알에서 깨어나지 못한 원시인들의 광란… 그 음침한 공포인 것만 같다.
여성은 누구나 소녀시대를 거쳐 여자가 된다. 아름다운 감성의 소녀시대야말로 소녀만의 신비… 그 꿈꾸는 사랑이며 거쳐가야할 감성의 분화구… 시간의 멈추어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기에 인생에서 여자란 어머니이며 아내이기에 앞서 영원한 소녀… 그 내면의 향수일지도 모른다.
요사히 한국뉴스를 보면 끔찍한 성범죄 이야기들로 가득, 사회가 온통 벌집 쑤셔놓은 듯 심란하다. 인간의 내면 한 구석에는 왜 그처럼 어둡고 칙칙한 면이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이것을 일부 변태들의 도발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노출의 풍조가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K- 팝 등 ‘소녀시대’들의 선정적인 음악들이 너무 만연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사회현상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세대)가 자랄 때만해도 이러한 벗고 춤추는 소녀들은 상상조차할 수 없었다. 오히려 수줍기만 한 소녀들의 모습은 문학같은 내면적인 아름다움으로 남학생들에게 어필해보려는 가련한(?) 노력들로 가득 했었다.
‘음악’과 ‘소녀’…? 꽤 어울리는 한쌍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과대 일탈을 즐기려는 남성들에겐 정신적 술안주감으로 더 이상 안성맞춤도 없을 것이다. 클래식이나 고전(문학)등에도 소녀에 대한 주제는 많이 등장한다. ‘소녀의 기도’, ‘죽음 과 소녀’ ‘성냥팔이 소녀’ 등… 문호 괴테도 소녀를 사랑하여 74세 노년에도 소녀(올리케)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빅톨 위고의 장편 ‘레미제라블’의 중심에는 코제트(소녀)에 대한 장발장의 사랑이 있었다. 인류를 작가로 만들고 음악을 창출케하고 창의력을 북 돋는 소녀의 힘… 그 힘은 어쩌면 고향처럼 순수한, 인류의 본질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였다. 바로 옆집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애가 살고 있었다. 하얀 살결, 기품있고 고고한 분위기가 깃든 아이었다. 나는 그녀의 집 앞을 늘 기웃거리며 그녀의 사생활을 훔쳐보기도 하고 그녀의 집 마당에서 구슬치기도 하며 늘 그녀를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했다. 물론 어느날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자 한 마디도 변변히 대답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K.O.당한채 황급히 자리를 뜨고 말았지만 그후에도 그녀의 이미지는 늘 향수같은 아련함으로 남아있곤 했다. 소녀들은 왜 아름다운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첫 출발의 아름다움, 아직은 덜익은… 몽롱한 그 환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소녀시대’ 그룹이 베이지역을 찾아왔을 때 그들을 볼려고 산타클라라의 야외 극장 앞이 인산인해를 이룬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춤과 노래 속에 과연 얼마만큼 진정한 소녀시대의 영감이 깃들어 있었을까? 어쩐지 사라져만가는 듯한 소녀시대의 향수… 그 풋풋한 전설을 찾아 바하의 평귤율곡(구노의 아베마리아)을 다시한번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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