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윤동주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
뼈를 녹여 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새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하늘 복판에 알 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른 자가 누구뇨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같이도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 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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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비
윤동주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 주자 다 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닷 자 엿 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 다리 놓였다.
알롱알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같이 춤을 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 햇비 : 그 해 처음 내리는 비
* 이리 오나 : 이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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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윤동주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웨인 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 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 앉아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 이야기 한 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 내.
* 몽기몽기 : 느릿느릿
* 한 커리 :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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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줌싸개 지도> 윤동주 지음/ 이창건 엮음/ 효리원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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