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절망에게

tlsdkssk 2008. 6. 18. 00:37
절망에게
 
                      김남조
  
 
절망이여 함께 가자
끝까지 절망함을
율법으로 정하고
갈 데까지 간 후에도
이별 않기로 정하고
둘이 정답게 가자

가다가다 지칠 땐
번갈아 업고 가자
두 눈 불구슬이듯 따갑게 아려
도저히 잠 못드는 밤엔
서로가 자장가 불러주는
시늉이나마 하자

세월이 흘러
절망도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된 후에
마침내 늙어 죽는다면

다른 도리가 없느니
유업을 이어 내가 어른이 되고
더 열심히 절망하다가
서서히 늙어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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