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스크랩] 교회가 중산층화 되고 있다

tlsdkssk 2008. 5. 26. 21:59

교회가 중산층화 되고 있다
천주교는 부자종교?

성당 일도 대부분 ‘있는 사람들’ 차지
가난한 이는 이래저래 ‘주변인’ 신세

# 장면 1 : 통계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빈곤층 비율은 18%에 이른다. 284만2000가구, 869만3000명이다. 이는 2003년(16.9%)에 비해 1.1%, 2004년(17.4%)에 비해서는 0.6% 상승한 것이다.

2004∼2005년 2년간 25만7000가구, 60만6000명이 새로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도시근로자가구 중 소득 상위 20%(5분위)의 월 소득이 37% 오른 데 비해 하위 20%(1분위)는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같은 기간 소득 격차는 5.18배에서 5.96배로 확대됐다.

# 장면 2 : 지난해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을 맞아 서울 통합사목연구소가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 천주교 신자 월평균 소득은 36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국민 305만여 원(통계청 자료) 보다 약 17.8% 높은 수치다. 특히 천주교 신자들의 월 소득은 400만원 이상이 27.1%로, 200~300만원 23.6%, 300~400만원 22.4%, 100~200만원 16.7% 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천주교 신자의 직업 분포를 보면, ‘생산, 단순노무직, 기능직 종사자’(11.4%)가 2006년 통계청의 같은 업종 일반 국민 직업 비율(32.7%) 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반면 신자들의 ‘사무 관련직’ 비율은 29.2%인데 반해 일반국민은 1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가 역주행하고 있다. 한국사회 중산층은 붕괴되고 있는데, 교회 중산층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 가난이라는 덫에 걸려든 이 땅의 중산층은 수입에 비해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지출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 생활이 팍팍해졌다. 반면 천주교 신자들은 일반 국민에 비해 소득도 많고, 직업 분포도 다르다.

김 아무개(안셀모, 49, 경기도 A시)씨. 1년 전 경제난으로 운영하던 업체가 부도나면서 맡고 있던 본당 사회사목분과장직을 그만 두어야 했다.

“교무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성당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신자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아내는 “돈이 없으면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본당의 각종 단체에서 봉사할 수도 없고, 성직자 및 수도자와의 관계도 소원해 진다”고 말한다.

윤 아무개(임마쿨라타, 48, 서울)씨도 불과 2~3년 전만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던 중산층 주부였다. 남편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고, 아파트도 두 채나 가지고 있었다. 거금을 내놓아 복지시설 후원을 할 정도로 신앙 생활에도 남달랐다. 빈첸시오회 활동을 28년 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오고 있었고, 레지오 마리애 단원 및 성가대 반주자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남편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월세방을 전전하는 밑바닥 생활이 시작됐다. 동시에 신앙 생활도 접었다. 교무금을 내지 못하자 주위의 ‘중산층’신자들로부터 수군거림을 당했던 것이다. 친하게 지내던 성직자 수도자와의 관계도 소원해 졌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은 “돈이 없으면 본당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성당에서 잘사는 신자, 잘 살지 못하는 신자간 위화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무금을 제때 내지 못해 면박당한 신자들이 어떻게 성당에 제대로 나갈 수 있겠느냐”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들은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가정방문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겁이 나고, “교무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주임 신부의 강론에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고 했다. 용기를 내 성당 일을 하려 해도, 주위 신자들이 “집이나 제대로 돌보아라”며 외면한다.

중산층에서 탈락한 이들이 교회에서 밀려나고 있는 가운데, 애초 중산층에 진입하지 못했던 가난한 이들의 교회 내 진입은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10년째 본당 선교 운동에 앞장서온 한 신자는 “선교운동 자체도 중산층이 살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전개될 뿐,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등 가난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며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관계자들은 ‘가난한 이와 부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본당 공동체성의 확보’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수원교구 복음화 보고서에 따르면, 교무금 실적률이 1000명 미만 본당에서 97.70%로 가장 높았고, 7000명 본당에서 81.77%로 가장 낮았다. 신자 1인당 1회 주일 헌금액도 농촌에서 약 2403원으로 가장 많았고, 도시에서 약 1844원으로 가장 적었다. 본당 재정은 부자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본당 공동체성’이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하지만 일선 본당의 상황은 다르다. 서울의 한 본당의 경우, 같은 구역에 속한 민영 아파트와 주공 아파트 거주 신자들 사이에 불화가 생겨, 구역 모임을 별도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본당에서도 민영 아파트 거주 신자들이 같은 구역에 속한 임대주택 거주 신자들과 구역 행사를 함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영 아파트의 한 신자는 “구역 행사를 가지려면 테니스, 골프 등 취미 활동이 비슷하거나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하는데, 소득격차가 심할 경우에는 이같은 공감대를 가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근 개신교로 개종한 최 아무개(골룸바, 42, 서울)씨는 “개신교회에선 실직, 부도 등의 이유로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직업을 알선해 주는 등 결속력이 강한 반면 천주교는 바로 옆에 사는 신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데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섭섭함을 표시했다.

이와관련 관계자들은 빈곤층을 사회복지적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산층 중심이 아닌, 서민층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교회 사목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생계에 바쁜 서민들을 위해 각종 교회 모임과 활동을 저녁시간대로 변경하는 등 빈곤층의 성당 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빈곤 맞벌이 여성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화곡본동지역 공동사목’(화곡본동, 화곡6동, 신월1동본당)과 역촌동본당이 각각 지난해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젊은 엄마 및 맞벌이 부모를 위해 탁아방과 어린이 집을 개설한 것이 좋은 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또 ▲경제와 선교, 경제와 공동체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초자료 수집 및 연구 ▲쉬는 신자 사안별 증가 원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 및 연구 ▲주교회의 차원의 경제 사목연구소 설립 ▲서민들을 위한 선교 운동 확대 ▲신학교 교육 단계에서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 강조 ▲맞벌이 부부 증가 등 변화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능동적 대처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피정 지도에 앞장서고 있는 김태건 신부(순교복자 성직수도회)는 “어느 날 갑자기 성당에서 사라지는 신자들이 늘고 있는 반면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속속 중산층 신자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가난한 이들을 사회복지적 혹은 시혜적 차원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본당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신부는 또 “경제적 문제로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신자들은 자의에 의해 쉬는 신자 보다 더 정신적으로 황폐해 지기 쉽다”며 “일선 본당에서는 다양한 문화선교 방법론과 가정사목 강화를 통해 이들이 신앙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 가톨릭 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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