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감동이 있는 ‘스토리텔링’ 책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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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만에 다시 ‘이야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문자가 발명되면서 글에 의해 억압을 당했던 이야기가 이제는 글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른바 출판계와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바람이 그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재미있는 줄거리(플롯)를 제공하면서 지식과 함께 감동을 전달하는 이야기식 전개 기법. 어려운 지식을 재미있게 풀어서 이야기식으로 제공함으로써 독자에게 지식과 정보에 머물지 않고 감동을 주는 기법이다. 대표적인 책이 최근 100만 부가 팔린 ‘마시멜로 이야기’와 30만 부가 팔린 ‘배려’다. 물론 광고나 마케팅에서도 감성에 호소하는 기법으로 스토리텔링을 사용하고, 또 정치권에서도 선거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던 원동력이 다름아닌 스토리텔링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 ‘배려’ 베스트셀러에
이제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출판가를 강타하고 있다. 요즘 출판사 사람들은 스토리텔링 책이 아니면 팔리지 않을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직장인이 즐겨찾는 자기계발서의 경우 스토리텔링 기법의 책이 아니면 베스트셀러에 올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스토리텔링이 출판가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은 독자들이 딱딱한 글을 아예 외면하는 풍조도 한몫한다.
최근 국내 출판가에 스토리텔링 붐을 불러일으킨 진원지는 지난 1월 출간된 ‘배려’가 꼽힌다. 이 책은 ‘한국의 부자들’을 쓴 저자가 펴냈는데, 국내 저자로는 처음으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국형 자기계발 우화로 꼽히는 이 책은 여러 심리학적인 용어를 사용하지만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 독자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토리텔링기법으로 국내에서 처음 인기를 끈 책은 ‘누가 치즈를 옮겼을까’였다. 스펜서 존슨이 쓴 이 책은 우화 형식을 가미해 딱딱한 자기계발서를 읽던 직장인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우리나라에 2000년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특히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도 한몫했다. 즉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를 휩쓴 ‘변화’의 키워드를 우화형식으로 들려주자 직장인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이후부터 이러한 스토리텔링 기법의 자기계발서가 봇물을 이뤘다. ‘선물’ ‘선택’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등 수많은 번역서가 홍수를 이뤘다. 또 ‘핑’ ‘행복’ ‘목욕탕에서 만난 백만장자의 부자 이야기’ ‘스무 살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미운 오리새끼의 출근’ 등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최근에는 ‘마시멜로 이야기’와 ‘배려’를 비롯해 ‘신데렐라의 성공법칙’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배려’를 기획하고 스토리텔링 디렉터로 참여한 박현찬씨(위즈덤하우스 기획위원)는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토리텔링 전문가다. 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강의를 하고 있는 박현찬씨는 스토리텔링기법의 강점으로 우선 ‘감동으로 이끄는 힘’을 든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의 경우 정보와 지식전달 위주로 딱딱한 내용 전개가 흠이었다. 논리적인 책은 아무리 소중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끈기있게 읽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한 게 스토리텔링 기법이라는 것. 스토리텔링 기법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줄거리를 잡고 그 속에 정보와 지식을 녹여내기 때문에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게 한다. 더욱이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
“상품에 담겨 있는 멋진 이야기를 판다”
예를 들어 ‘배려’에는 ‘아스퍼거 신드롬(Asperger Syndrome)’ 등의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지만 스토리텔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스퍼거 신드롬은 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종의 장애를 뜻하는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아스퍼거를 사회적 의미로 확대시켜 ‘사스퍼거(Social Asperger)’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는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
이 책은 아스퍼거라는 어려운 개념을 끌여들이면서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 난해함을 덜어주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너와 내가 경쟁하는 삶이 아니라, 함께 배려하며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공존의 길임을 보여줌으로써 경쟁 속에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새로운 감동의 키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 있는 ‘멋진 이야기’를 팔라”는 롤프 옌센의 ‘드림 소사이어티’을 통해 개념화됐다. 옌센은 이미 1999년에 미래의 사회는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가 정보사회를 대신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옌센의 설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요즘 독자 혹은 소비자들은 물건 그 자체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story)가 담긴 제품을 기꺼이 구매한다. 사람의 구매결정은 대부분 이성적인 것보다 감성적인 이유에서 이루어진다. 즉 소비자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 있는 스타일과 이야기, 경험과 감성을 사는 것이다. 옌센은 또한 “미래의 조직에서 가장 존경받는 리더는 기업의 문화와 이미지를 창조하는 이야기꾼(storyteller)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옌센의 말대로 경쟁력있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출판계의 스토리텔링 트렌드는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과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서점가를 강타하면서 출판사들은 너나없이 비상에 걸렸다. 말랑말랑한 글읽기를 추구하는 독자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서 너도나도 스토리텔링 기법의 책을 내놓고 있거나 준비중이라고 한다. 대형출판사마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책을 5~10종씩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을 쓸 만한 작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 자칫 설익은 책의 양산도 우려되고 있다. 이미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썼지만 호응을 받지 못하는 책도 상당수다.
박현찬 위원은 “스토리텔링 기법은 전체적인 줄거리를 통해 논리적이고 부분적인 지식들을 통합하면서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이야기를 통해 지식뿐만 아니라 감동을 이끌어내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책이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변화를 통해 자기계발을 갈망하는 직장인이라면 이 한여름밤 스토리텔링 속으로 들어가 독서삼매경에 빠지면서 무더위를 식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최효찬<객원기자> romai@naver.com
출처 : 감동이 있는 ‘스토리텔링’ 책이 뜬다
글쓴이 : 불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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