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이삿짐을 싼다. 일생동안 몇번 이사를 했는지 생각해본다. 재산(집)을 늘리는 방법은 이사를 자주하는 것이라 해서 자주 했다. 이번이 열번째다.
짐이 너무 많아 과감히 버리기로 작정한다. 일할 때 매일 입던 양복이 십 수벌이다. 경영하던 회사가 이익이 너무 나서 세금 줄일겸, 종업원 복지후생을 잘해야 일을 열심히 할 것이므로 양복을 철철이 해주었다. 몇벌만 남기려니 버릴게 많다. 상가에 갈때 입어야할 상복(喪服) 검정색 두벌등 몇벌만 남기고 다 버린다. 죽을때가 가까웠나보다고 아내와 웃는다.
책도 아낌없이 버린다. 언젠가 춘부장이 제배한 분재 작품 사진과 한시(漢詩)들을 엮어 만든 '雲步影 遺作集'을 버리고 온 것이 너무나 후회되어, 버리기로 모아둔 책들을 다시 한번 훓어본다. 자식들이 부모의 유품들을 태울때 잘 타면 영혼이 하늘나라로 잘 올라갔다고 하는 연속극 장면이 생각난다. 잘 안 타면 이승에 미련이 많다고 했다. 태울 것이 많으면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거라고 아내가 말한다. 이사하며 버릴 것을 내다 놓으니 동회에 가서 폐기물 딱지를 사서 붙여야 한단다. 경제가 좋아져서 물질이 넘쳐나니 버리기도 쉽지 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사할 집이 너무 크니 청소하기도 힘들겠다며 둘이 청소구역을 나누었다.
이순(耳順)을 넘기고 나니 지금껏 모으려고 살았는데, 이제는 버리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내세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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