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책을 덮듯이-전숙

tlsdkssk 2006. 5. 15. 06:33


     



    *책을 덮듯이*
    - 맑음 전숙- 우리 사이 그만 덮자고 그랬니 그래, 네 말처럼 책을 덮듯이 덮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제 다 읽었으니까 독후감을 쓰듯이 담담하게 가슴에 물결치는 잔상만 정리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야 하는 것 아니니 네 말대로 우리 사이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서로 모르는 척 돌아서야 마땅한 것이라면 그동안 서로에게 흘렀던 감정들 책을 덮듯 덮어서 골방에 쭈그리고 있는 낡은 책장 어느 귀퉁이에 꽂아놓고 어쩌다 한 구절 생각나면 그 구절 찾기 위해 책꽂이를 한바탕 뒤져서 책을 찾아내고 중간부터 펼쳐보다가 다시 처음으로 이리저리 뒤지다가 기어코 찾아낼 때의 흥분처럼 덮어둔 우리 사랑이 아침부터 궁상맞게 흐려진 토요일이나 비가 청승맞게 내리는 수요일 오후쯤에 문득 눈가로 스치듯 물기가 배어나면 책장을 뒤지듯 당장 달려가 우리 사랑 찾아내고 싶을 때 너는 그 책 그 페이지에 없을 거잖아 그러니, 네 말이 틀린 게야 사랑은 책을 덮듯 덮을 수도 없고 보고 싶을 때 뒤져서 찾을 수도 없으니 사랑은 이성적인 것은 아닌 게야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은 앞뒤 재어서 정리할 수 있는 이삿짐속의 허섭이 아니야 덮어도 덮어도 가슴에서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사랑을 어떻게 덮으라는 거니




      
      

        출처 : 책을 덮듯이-전숙
        글쓴이 : 전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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