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여보시게, 사랑이 그리 가벼우시던가/ 시-전숙

tlsdkssk 2006. 3. 26. 11:36


   *여보시게, 사랑이 그리 가벼우시던가 *
                                                    -맑음 전숙-
  여보시게, 사랑이 그리 가벼우시던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그리 가실 수 있는가
  뒤돌아보다가 눈물자욱 들킬 양이면
  그 자리에 앉아서 
  신발 끈이라도 고쳐 묶는 척
  먼빛에라도 망설여 주셔야지
  사랑 체면도 조금은 세워주어야 하지 않겠나
  내리닫이로 
  그리 빨리 달려가시면 불러 세울 수도 없잖은가
  여보시게, 사랑이 그리 가벼우시던가
  이승에서의 한 생을 마감하는 낙엽 
  먼 길 떠나는 품새도 
  그대보다 한 마장은 여유 있어 보이네
  그리 내달릴 양이면 
  무엇 하러 사랑 덫에는 빠지셨던가
  무어라고?
  사랑이 그리 나쁜 덫인 줄 몰랐다고
  달콤한 줄 알았더니 소태보다 더 쓰더라고
  한시반시 마음 편한 날 없었다고
  금단증상이 마약보다도 끔찍하더라고
  그 속에 갇혀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고
  겨우겨우 빠져나왔는데 
  돌아보다가 
  또다시 사랑에 눈먼 소금기둥이 될까 싶다고?
  그러셨던가
  그럼 어서 떠나시게나
  다시는 돌아보지 마시게나
  고막의 애떨림도 틀어쥐고 
  삐그덕거리는 마음도 단단히 닫아거시게나
  다만 꿈결처럼 부탁하노니
  낙엽 지는 어느 황혼에  
  불타는 숲길로 
  외로운 노을이 흐드러지는 날 
  그 뚜껑 살포시 열어보아주시게나
  여보시게, 사랑이 그리 무거우시던가
 
출처 : 여보시게, 사랑이 그리 가벼우시던가/ 시-전숙
글쓴이 : 전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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