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여자로부터 높은 점수를 따려면 새 차를 사준다거나 휴가여행을 데리고 가는 등 아주 굉장한 것을 안겨 주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녀를 위해 자동차 문을 열어 주거나 꽃다발을 건네거나 안아 주거나 하는 따위의 작은 일로는 별로 점수를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점수 계산방식에 의거해서, 그는 자기 시간과 정력과 관심을 쏟아부어 여자에게 큼지막한 선물을 한다면 그녀가 굉장히 만족해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여자들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남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위의 논리대로 되지 않는다. 여자가 채점할 때, 사랑의 선물은 크고 작음에 관계 없이 같은 점수로 처리된다. 어떤 선물이든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남자는 자그마한 선물이 1점이라면 큰 선물은 한 30점쯤 될 걸로 생각한다. 여자들의 계산방식을 모르는 그는 자연히 큼직한 선물 한두가지에 있는 힘을 다 기울이게 된다. 여자들에게는 사소한 것들도 큰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남자들은 알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단 한 송이의 장미꽃만으로도, 집세를 제때에 지불하는 것과 맞먹는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이처럼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남녀 사이에는 자꾸만 좌절과 실망이 되풀이된다. 개인 상담시간에 있었던 다음의 예는 그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팜 - 저는 남편을 위해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는데 그 사람은 저를 무시해요.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오로지 자기 일분이에요.
처크 - 하지만 제가 일을 한 덕분에 우리가 그런 근사한 집에서 살고 휴가때 여행도 떠나고 그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녀는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구요.
팜 -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근사한 집이나 휴가여행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나는 당신으로부터 그 이상의 것을 원해요.
처크 - 당신이 나보다 몇 배나 더 베풀고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팜 - 사실이에요. 나는 당신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빨래를 해주고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온갖 일을 도맡아 해요. 그런데 당신은요? 당신은 오직 한 가지, 직장에 나가는 일뿐이죠. 물론 그 일로 돈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돈 벌어다 준다는 이유로 당신은 그 나머지 일은 나 몰라라 하잖아요.
처크는 성공한 의사였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소득 수준은 매우 높지만 시간적인 여유는 별로 없었다. 그는 아내가 불만을 느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열심히 돈을 벌어 아내와 가족들에게 여유 있고 윤택한 생활을 누리게끔 해주었는데 집에 들어오면 아내는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에는 자기가 바깥에서 돈을 많이 벌어다 주면 줄수록 집에서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월말에 가져다 주는 두둑한 월급봉투가 족히 30점은 될 거라고 생각했고, 병원을 개업해 수입이 예전의 두 배로 늘어났을 때는 점수도 따라서 두 배가 되어 60점은 될 걸로 믿었다. 자신의 두둑한 월급봉투에 매달 고작 1점의 점수가 매겨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팜의 관점에서 보면 그가 많은 돈을 벌어다 주면 줄수록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새로 개업한 병원은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를 요했다. 자꾸만 침해되어 가는 사생활과 늘어지는 관계를 추슬러 보려고 그녀는 한층 안간힘을 썼지만, 남편의 1점에 비해 자기는 60점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녀로 하여금 불행을 느끼게 했고 남편을 원망하게 했다. 팜은 남편보다 자기가 훨씬 더 많은 것을 베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처크는 오히려 자기가 아내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단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고 못마땅해했다. 월급을 그렇게 많이 갖다 주는데 여자가 그 정도 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고, 그의 이런 태도가 팜을 더욱 화나게 했다. 인간 관계 세미나에 대한 내 강연테이프를 듣고 나서 그들은 서로를 탓하던 태도를 버리고 사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혼으로 치닫던 그들이 비로소 전환점을 찾은 것이다. 처크는 아내를 위해 작은 일들을 해주는 것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아내를 위해 할애하기 시작하면서 어찌나 빠르게 관계가 변화하는지 그 자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여자들에게는 작은 일이 큰일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자신의 넉넉한 수입이 왜 1점밖에는 얻지 못했는지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팜이 행복을 느끼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이라기보다는 남편이 개인적으로 낼 수 있는 시간과 가정에 대한 관심이었다. 처크는 돈 버는 일에 그 동안 들였던 에너지를 조금 아껴 가정으로 돌리자 아내가 무척 행복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점수 계산방식을 일단 파악하고 난 처크는 이제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퇴근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