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레옥잠화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백석 시인의 '남산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다.
혹독한 겨울, 북방의 한 허름한 셋방에서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간곡한 마음이 갈매나무로 상징화했다.
* 금낭화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그 나무를 모른다.
전국 도처에 꽃잎과 열매를 티우는 갈매나무.
나는 그 나무를 앞에 두고도 한 번도 그의 이름을
불러 본 적이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했거늘
이름조차 모르니 보아도 본 것이 아니다.
* 안개 속의 물봉선화
소설가 이문구 선생은 '잡초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수필에서
'어버이와 자식에도 초목의 이름이 이어지지 않고' 점차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도시에서만 줄곧 살아 자연맹(自然盲)이 된 나에게
나무들은 모두 똑같은 나무뜰일 뿐이다.
* 모싯대꽃
산책 삼아 자주 가는 가까운 숲의
나무.풀.꽃 이름들을 알지 못한다.
벚꽃이 피어야 벚꽃 나무인지 알겠고,
감이 열리기 전에는 감나무인지 알지 못한다.
* 안개 속의 동자꽃
김춘수 시인은'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고 하였다.
* 당아욱꽃
저마다 부여된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고
정성스레 호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연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다.
* 쇠별꽃 과 봄까치
부끄럽지만 나는 얼마 전에야
그 흔하디 흔한 느티나무를 '발견'했다.
바늘로 홈질한 것 같은
줄무늬 껍질을 지닌 느티나무는 잎이 진
한 겨울에도 금방 알아낼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무이다.
* 개갓냉이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 나무는 예전의 나무가 아니다.
* 산다화(=동백 축소판)
40대 이하의,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대부분은
나무와 꽃과 풀의 이름들을
교과서 바깥에서는 배울 기회가 없었던
자연맹들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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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인동초꽃
요즘 도시 근린공원에는
나무에 그 이름과 특성들을 기록한
푯말들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 동네의 길가에서도 자연맹 퇴치용 푯말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개불알꽃(일명:봄까치)
자연친화 도시는 우리 주변에서 보이나 보이지 않는
뭇 생명의
'아름 부르기'에서 시작 되는 것이리라.
좋은글 중에서
시나브로 피는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