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이름 부르기

tlsdkssk 2006. 2. 2. 07:11
* 부레옥잠화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백석 시인의 '남산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다. 혹독한 겨울, 북방의 한 허름한 셋방에서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간곡한 마음이 갈매나무로 상징화했다.
* 금낭화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그 나무를 모른다. 전국 도처에 꽃잎과 열매를 티우는 갈매나무. 나는 그 나무를 앞에 두고도 한 번도 그의 이름을 불러 본 적이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했거늘 이름조차 모르니 보아도 본 것이 아니다.
* 안개 속의 물봉선화

소설가 이문구 선생은 '잡초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수필에서 '어버이와 자식에도 초목의 이름이 이어지지 않고' 점차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도시에서만 줄곧 살아 자연맹(自然盲)이 된 나에게 나무들은 모두 똑같은 나무뜰일 뿐이다.
* 모싯대꽃

산책 삼아 자주 가는 가까운 숲의 나무.풀.꽃 이름들을 알지 못한다. 벚꽃이 피어야 벚꽃 나무인지 알겠고, 감이 열리기 전에는 감나무인지 알지 못한다.
* 안개 속의 동자꽃

김춘수 시인은'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고 하였다.
* 당아욱꽃

저마다 부여된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고 정성스레 호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연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다.
* 쇠별꽃 과 봄까치

부끄럽지만 나는 얼마 전에야 그 흔하디 흔한 느티나무를 '발견'했다. 바늘로 홈질한 것 같은 줄무늬 껍질을 지닌 느티나무는 잎이 진 한 겨울에도 금방 알아낼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무이다.
* 개갓냉이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 나무는 예전의 나무가 아니다. * 산다화(=동백 축소판)

40대 이하의,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대부분은 나무와 꽃과 풀의 이름들을 교과서 바깥에서는 배울 기회가 없었던 자연맹들일 터이다.
1 * 붉은 인동초꽃

요즘 도시 근린공원에는 나무에 그 이름과 특성들을 기록한 푯말들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 동네의 길가에서도 자연맹 퇴치용 푯말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개불알꽃(일명:봄까치)

자연친화 도시는 우리 주변에서 보이나 보이지 않는 뭇 생명의 '아름 부르기'에서 시작 되는 것이리라.


좋은글 중에서

시나브로 피는 연꽃

출처 : 이름 부르기
글쓴이 : 元亨利貞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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