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바람의 집 ... 기형도

tlsdkssk 2006. 1. 25. 10:57
      내 유년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칼 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ㅡ저 울음 소리. 어머니 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2006.1.24 ♬ Exodus ... Giovanni Marradi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소리로 울어야 한다
출처 : 바람의 집 ... 기형도
글쓴이 : 채 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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