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긴 것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세상]
나는 미운 돌멩이랍니다.
돌멩이들 가운데도 모양이 예쁘고
색깔이 고운 돌멩이가 있다지만,
나는 아무런 특징도 없고,
색깔도 없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흔해빠진 돌멩이랍니다.
돌멩이로 태어나 모양이 예쁜들 무엇하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지금 자리잡고 있는 이 개울에서만 해도,
벌써 여러 돌멩이들이 놀러나온 사람들의
눈에 띄어 그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거나
배낭에 실려 먼 곳으로 갔습니다.
"야, 이 돌멩이 좀 봐. 아기사슴같이 생겼어!"
착하게 생긴 계집아이가 이렇게 소리지르며
내 옆에 있던 돌멩이를 집어드는 것을 보았을 때,
나의 가슴은 저리도록 아팠습니다.
왜 사람들은 예쁘고 고운 돌멩이만 좋아할까요?
생각하면 야속하기조차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못 생긴 자신을 서러워하면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남모르게 눈물짓는 것뿐입니다.
돌멩이가 어떻게 우느냐고요?
궁금하신 분은 이른 새벽,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에 안개 낀
개울가로 나와 보십시오.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여 외롭고
슬픈 돌멩이들마다 이슬방울처럼
맺혀있는 차가운 눈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사람들은 예쁜 돌멩이만 좋아할까요?"
어느 날 나는 작은 물새의 깃털을 입에 물고
내 위를 스쳐 가는 하늬바람에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돌멩이로 자기 방을 아름답게 꾸미지."
하늬바람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내 곁을 맴돌면서 대답해주었습니다.
'아, 그런 사람의 방안에서
한 자리 차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무룩해진 나에게 하늬바람이 물었습니다.
"너도 사람들이 데리고 가줬으면 좋겠지?"
하늬바람이 내 마음속을 너무나도
빤히 들여다보았으므로
나는 더욱더 슬퍼졌습니다.
그러나 하늬바람은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나와
다른 못생긴 돌멩이들
둘레를 돌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슬퍼하지 말아라.
이 못생긴 돌멩이들아.
사람들이 가지고 간 돌멩이는
겨우 한 칸 방을 꾸미고 있지만
너희는 이 지구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지 않느냐? 하하하……
하느님이 지으신 이 세상은
너희같이 못생긴 것들이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