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문정희 ▷ 오빠

tlsdkssk 2005. 12. 24. 15:46

    오빠/ 문정희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 몫으로 차지한 우리 집의 아들을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리러질 듯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행해 다정히 불러 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 모처럼 물안개 걷혀 길도 하늘도 보이지 시작한 불혹의 기념으로 세상 남자들은 이제 모두 나의 오빠가 되었다. 나를 어지럽히던 그 거칠던 숨소리 으쓱거리며 휘파람을 불어 주던 그 헌신을 어찌 오빠라 불러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로 불려지고 싶어 안달이던 그 망므을 어찌 나물 캐듯 캐내어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 주고 나면 세상엔 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헐떡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두둑한 지갑을 송두리째 들고 와 비단 구두 사 주고 싶어 가슴 설레는 오빠들이 사방에 있음을 나 이제 용케도 알아 버렸다.
    
    ♬ Yoshimata Ryo /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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