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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삶에 찌든 손 |
[2005.07.02 / 조회수: 7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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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삶에 찌든 손
사람의 손은 얼굴 못지않게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대변하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곱디고운 하얀 피부에 윤기나는 손톱…. 여자라면 누구나 예쁘고 아름다운 손을 갖고 싶어 합니다.
얼마 전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마늘을 까는 할머니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거무튀튀하고 주름진 할머니의 손에는 고달픈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했습니다.
<손끝이 얼마나 아리고
아플까…>
할머니의 손가락 끝에 붙은 반창고를 보는 순간 긴 한숨이 흘러나왔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손끝이 얼마나 아리고 아플까…’ 할머니는 마늘을 까서 팔면 2천 원 정도 손에 쥔다고 합니다. 2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올해 일흔여섯의 임기옥 할머니가 사는 곳은 천막촌입니다.
<집이 아니라 온갖 쓰레기를 덕지덕지 쌓아
놓은 듯 하다>
<임 할머니가 사는 천막촌 동네 현관(?)에
놓인 신발과 신발장>
<두 세평 남짓한 천막촌 내부 모습, 방
한쪽 구석에 씽크대가 놓여있다.>
<천막촌 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
<빨래 사이로 보이는 꽃처럼 화려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간직하지 않았을까>
임 할머니는 가난 때문에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다들 입에 풀칠하고 살기도 벅찬 자식들에게 얹혀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극빈자 생활을 하지만 자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된 임 할머니가
사는 곳은 부의 상징이라 불리는 타워팰리스 맞은편에 위치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입니다.
무허가 천막촌인 이 마을의 가구 수는 약 1000여 세대로 약 2천5백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는 파출소, 동사무소, 소방서 등이 없습니다. 사유지를 불법 점유한 무허가 천막촌이라는 이유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받아주지 않아 ‘서류상’ 거주하는 주민이 없어 관공서가 들어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룡마을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의 웅장한
모습>
‘서울 한 복판에 그것도 강남에 이런 곳이 있다니…’ 임 할머니의 손과
타워팰리스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재산이 많을수록 걱정거리는 늘어난다. 하지만 재산이 없으면 걱정거리는 더 늘어난다.’는 유태인의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깐 마늘과 함께 공터에서 기른 상추를 내다 팔아도 하루 수입은 오천 원
남짓>
타워팰리스의 주민들이 상속과 증여, 재테크 등에 신경을 곤두세울 때 임
할머니는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위해 ‘내일’도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고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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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달픈 삶에 찌든손(삶의 무게를 느끼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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