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곳간
[지리산 자락 함양에서 온 편지] 안사람 명을 받아 함양 장날 태양초 서른근을 샀읍니다. 땀흘려 짛은 농부님들의 정도 함께 얻어 왔지요 재치기에,눈물,콧물까지 흘리며 빻아 왔는데, 덜 말랐대요! 베란다에 은박지 자리깔고 아픈허리 두들기며 곱게 널었오. 서울 있는 집사람 내려오기 전에 곱게 마르라고... 며칠째 비가 내리오. 골프채 집어들고 쟁기질 하듯 아침저녁 뒤집으나 영 마를 생각을 않네요. 바깥문은 잠그고 안으로는 다열어 공기 순환시킨다 하나 그 습기 어디 갈까? 온 집에 매운 내음만 가득합니다. 그래도 홀애비 사는냄새 안나니 문을 열고 들어 서면 가을이 왔음이 정겨웁소. 가을비가 제법 세찻던 아침, 친구아버지 영결미사에 다녀 왔오 95세 수를 누리시고 곱게, 자손들께 폐 안끼치고 가셨다는 복스런 노인, 천국가시기 비는 신부님의 기도와 성도님들의 찬송이 흔들리는 촛불에 여울져 성스러운 아침이었소. 잔비는 아직 떨어 지나 내일이면 갠다니 어서 고춧가루 걷우어 드리고 지난여름 사람들로 북적 대었던 계곡과 야산에 들러 가을을 보려오 님들이 보내 주시는 가을 시도 읽으며 내인생의 황혼빛갈도 조금씩 푸른 색으로 덧칠 해 보려오 누렇게 변해가는 상림숲의 잎새들도 음미하면서... -雲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