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PD 출신 주철환, 5년만에 신간 에세이
유한한 인생에서도 글은 무한
모든 글은 일종의 유서와 같아
책 16권 낸 것이 인생 가장 잘한 일
쭉 글 쓰며 재미있는 판 만들고파
주철환 아주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열여섯번째 책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주철환/마음서재 |
"글은 내가 사라져도 남잖아요. 글을 남긴다는 것은 내 인생을 연장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내가 떠난 후에 손자가 내 글을 읽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면 그게 가보죠. 책이 많이 팔리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제 한계를 넘어 수많은 사람과 책으로라도 소통하고 다정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대한민국에서 '스타 PD'라는 수식어가 처음으로 달린 사람. 1980년대와 1990년대 MBC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우정의 무대', '대학가요제' 등 시대를 대표하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주철환 아주대 교수가 5년만에 신간 에세이를 냈다. 그의 열여섯번째 책인 이번 에세이집의 제목은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 이는 그가 지난 40여년간 고수해온 좌우명이기도 하다. 지금껏 그 좌우명에 충실하게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남은 날들을 더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목표라는 주 교수를 12일 서울 사직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방송국 PD가 본업이었지만 전업 작가에 필적할만큼 그는 수많은 글을 써왔다. 특히 이번 에세이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 속에서도 꾸준히 써내려간 글이다. 그는 이번 책의 머리말을 쓰면서 '유서'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유한한 인생에서도 글은 무한하다"며 "모든 글은 죽은 후에도 남기에 일종의 유서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레 따뜻한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간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인생의 매 순간을 끊임없이 기록한다고 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매일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꼬박꼬박 일기를 남긴다. 신문에 매주 칼럼을 연재중인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정제된 글을 쓰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에 대해 묻자 그는 "편지를 쓰듯 글을 쓰기 때문"이라며 "세상에 태어나 수많은 사람들과 계속 대화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된다"고 답했다. 그는 "바다를 향해 흘려보내는 유리병 속 연애편지처럼 내 글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이 안 읽을 수도 있지만 또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보고 메일을 보내며 친해질 수도 있다"며 "글을 쓸 때 전혀 알지 못하는 것보다 내가 겪었던 일들,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좋아하는 노래에 대한 것들을 가지고 쓰기에 더욱 부담없이 쉬운 글쓰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 스스로 "많은 사람이 흥미가 쏠리는 곳을 기웃거리는 스타일"이라며 "그러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궁금해 하며 이 나이에도 여전히 호기심이 많다"고 말했다.
예능 PD를 본업으로 늘 재미를 쫓는 삶을 살아왔던 그다. 예능 PD의 옷을 벗은 이후에도 그의 인생에서 "재미는 1번, 그 다음은 깨우침. 이것이 인생의 양대 축"이라고 말한다. 인생 내내 재미있는 삶을 추구해온 그에게 재미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부질없는 욕망이나 욕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야죠. 어떤 자리를 목표로 하면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입을 뗀 그는 "인생에서 자유롭게 어딘가에 구속됨 없는 삶을 살아왔다"며 "지금껏 내가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이 자리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 되기보다 누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내게 앞으로의 꿈을 묻는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80세가 되어도 보고 싶고,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16권의 책을 낸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글쓰기를 이어가며 또 재미있는 판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올 상반기, 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하고 나면 더욱 자유롭게 글쓰며 여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