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올바르게 늙는 것과 잘못 늙는 것 / 안창현

tlsdkssk 2018. 8. 14. 15:34

올바르게 늙는 것과 잘못 늙는 것
안창현 기자 2016-05-26

인간은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각 삶의 시기마다 완전히 구별되는 특성과 위기가 찾아온다. 막바지 노년기에 이르러 젊음을 질투할 게 아니라 ‘삶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죽음을 뜻하는 ‘마치다’라는 동사는 ‘완성하다’의 뜻도 함께 들어 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20세기 최고의 가톨릭 지성’ 찬사
신학자 과르디니가 쓴 인생 성찰
“사회도 노년 위한 여건 조성해야”
삶과 나이
-완성된 삶을 위하여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아마 독자는 성년의 나이일 것이다. 성년이 되었다면, 좋은 철학에세이 한 편을 꺼내들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성년의 독자한테는 책의 절반 정도까지 차분한 회상의 시간이 주어진다. 유년기와 청년기, 나는 어떻게 살았나. 나는 왜 그렇게 살았나.

<삶과 나이>라는 철학에세이를 쓴 로마노 과르디니(1885~1968)는 이탈리아 태생의 독일 가톨릭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다. 1920년 사제 서품도 받았다. 1923년 베를린대학 종교철학 교수로 임명됐으나, 나치를 비판한 논문이 문제가 돼 쫓겨나기도 했다. 과르디니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지성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한나 아렌트도 그의 저작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책은 자본주의 속에서 뒤틀린 생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을 일깨우기 위해 펼친 강연을 묶은 것으로, 1953년 처음 출간된 뒤 지금까지도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종교적 색채는 거의 없으며, 삶을 관조하는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논리적 구조를 갖췄음에도 목소리는 너무도 차분하다.
과르디니 신부는 책의 처음에 삶의 시기 구분에 주목한다. 유년, 청년, 성년, 중년, 노년, 말년 등인데, 각 시기는 서로 너무 다르다. 단절에 가까운 변화인 만큼 다음 시기로 넘어가면서 항상 ‘위기’가 찾아온다. 사춘기가 대표적이다.
신부는 책의 절반 부분까지 유년 시절부터 성년 시기까지를 다루면서 각 시기의 특징과 윤리적 가능성, 과제를 따져본다. 이를테면 청년기는 힘차게 샘솟는 생명력을 갖고 있지만 현실 경험이 부족하다. 이에 청년은 타협을 거부하는 순수함과 올바른 신념만 있으면 현실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확신에 쉽게 빠져든다. 이즈음에 성년의 독자들은 ‘젊은 시절, 나는 왜 그토록 어리석었나’ 회상에 빠져들지 모른다. 요컨대 신부는 각 시기별 해결할 과제, 실현할 가치, 다음 시기로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위험을 극복할 방안 등을 차례로 설명한다.
사람은 성년기에 이르러 비로소 인격이 내적으로 견고해지고, 특정한 가치를 옹호하게 된다. 어렵게 그런 자리에 이르렀다고 해도, 삶은 계속된다. 이제 중년(각성한 인간)과 노년(지혜로운 인간), 말년(노쇠한 인간)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르디니 신부는 책에서 노년의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오늘날 노년의 가치가 잊혀 가는 걸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노년기 이후의 삶이란 가치가 줄어든 삶을 근근이 이어가는 시기가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시간이며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는 시간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끝을 외면하는 태도를 나타낼 수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수상쩍은 현상 가운데 하나는 가치있는 삶을 단순히 젊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이다.”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 노년을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버린 삶에 대한 원망이나 저기 젊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삶 전체를 이해하는 지혜를 갖게 된다. 그럴 때 죽음을 맞이하는 말년 또한 두려워만 할 게 아니다.
과르디니 신부는 노년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선 본인의 노력과 함께, 주변 사람들과 사회가 적절한 삶의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현실적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신부는 한 라디오 연설에서 말한다. “우리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노년이란 그 이후에 아무것도 오지 않는 마지막 시기일 뿐인가, 아니면 나름 고유한 의미를 갖는 시기인가. (…) 늙는 데도 올바르게 늙는 경우와 잘못 늙는 경우의 구별이 있다. 늙음을 받아들여라. 더 진실하게 받아들일수록 그 시기는 더 참되고 가치있게 된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출처 : 성토마스모어사상연구소
글쓴이 : 반딧불이螢하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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