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음악계의 자존심인 조수아 벨의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듣게 되는 주제곡, 라벤더의 연인들, 간접적 줄거리로 직접 나의 시각에 담지 않은 영화의 작품을 거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지라도 바이올린 선율에 실린 이 한 곡의 울림만으로 작품의 우수성이 가히 짐작되는 바이다. 아울러 황혼기에 접어든 세 계적 두 여배우의 중후한 연기력은 이 시대 최고 반열에 올랐듯, 기품과 농익은 명연기를 유추해보면 영 화의 흐름을 상상할 수 있다. 추억이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슬픈 아름다움이 남는다는 명언 같은 이 한 구절이 생각나게 하는 라벤더 의 연인은 그 타이틀만큼 내용 또한 심상치 않은 듯하다. 박무가 깔린 흐릿한 바다의 외로운 풍광이었든, 폭풍 후 맑고 쾌청한 해안가에서 조용히 일상에 젖는 황혼기 두 자매의 숙연한 삶이었든 조수아 벨의 이 소리는 두 자매의 내면에 잠재된 순수와 소박함, 그리고 기품 서린 감성을 그의 명연주로 그려내어 감동 을 주는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음감이라 한다면. 이른 여름날 아침, 야트막한 언덕에서 눈 부신 햇살을 등지고 불어오는 실바람에 몸을 맡긴 채 하염없이 현의 울림을 전달하는 상상 속에 자리한 한 여인의 선율이 있었다. 바로 내 어린 시절, 뇌리에 젖어 있던 "들드라의 추상," 죽도록 좋아했던 그 곡이 이 주제곡과 중복됨은 나이 먹은 지금도 맑고 순수한 영혼의 수줍음이 심연 깊이 호흡하고 있음인지. 영화 줄거리를 배제하고도 맑고 수연한 눈빛의 애틋한 시선으로 남녀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애잔한 곡 이며 아울러 마음을 차분히, 촉촉이 젖게 할 아름다운 선율이다.
Joshua Bell, violin -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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