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ㅅ ㅣ

tlsdkssk 2016. 6. 13. 10:24

김현숙

 

숲에 몸통만 남은 채

속이 빈 고목木이 서 있네요

아버지,

저 나무도 한때는 

당신의 그늘처럼 넓고 안온했겠죠

당신처럼 푸르고 건재했겠죠

바람이 불어도 굳건하게 버텨냈겠죠


당신은 마지막까지 청청한 나무였어요

그러니 속이 검다 못해

이미 동굴이 되고 있었다는 걸 

어느 누가 알았겠어요


성성한 몸에 동굴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죽음에 성자 같던 당신도 허를 찔린 듯

당황스러워했죠

허어, 그것참!

공동空洞을 돌아 나오는 소리는

오래 묵은 목관악기가 내는 소리처럼 

​깊고 길었어요


뒤늦게

길을 가다 만난, 

죽은 나무의 몸통을 끌어안고

죄인처럼 등을 천천히 쓸어보는 것도

허어, 그것참.

하시던 당신의 목소리가 

그 안에서 들려오기 때문이죠  


그때,

당신의 텅 빈 몸을 안아드려야 했는데 

내 팔은 너무 짧고 허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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