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줄리앙, 내 애인

tlsdkssk 2015. 5. 17. 06:45

 

미대에 가려면 필수적으로 만나야 했던 인물이 아그리파와 줄리앙이다.

미술지망생들은 그 두 남자를 댓생하기 위해 눈을 게슴츠레 떠보기도 하고 연필 든 팔을 뻗치기도 하며 그를 담아내기에 골몰해야했다.

여고시절의 나는  미술에 관심이 많았기에 미술부에서 활동했다.

학교 미술반에는 조각부는 없었고 화화와 조소부가 있었는데 나는 조소부의 일원으로

매년 5월이 오면 학교 창립기념일에 전시할 조소를 만들곤 하였다. 작업은 한달여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 우리학교 미술샘이셨던 윤명로 샘의 후배인 서울미대생들이 와서 우리의 작업을 도와주었다.

전시 장소는 오늘날 프레스 센터로 불리는 서울신문사 전시관에서 했었다. 

전시일이 가까워지면 미술반 학생들은 일시 수업에 빠져도 되는 특혜가 주어졌고  나는 그 특혜를 톡톡히 누리며

학생의 의무로부터 벗어나곤 했었다.  

 

두상으로만 익숙했던 줄리앙을 안성 청학대미술관에서 만났다.

그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저 유명한 메디치가의 남자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처럼 우람한 신체를 지녔는지는 몰랐다. 내가 봐왔던 줄리앙은 부드러운 얼굴선과

사색인지 우수인지 모를 신비한 표정을 지닌 미청년이었다. 한데 전신상을 보니 줄리어스 시이저라도 되는 듯

당당하고 위압적이다. 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내가 상대적으로 넘 늙어 늙어보인다고?

천만에, 만만에다.  실은 그가 나보다 훠~~~~~~~~~~~~~~얼씬 늙은 할아버지다.

만약에 그가 지금껏 살아 있다면 말이다. ^^

미켈란제로 예술의 위대성은 그를 영원한 청춘으로 묶어 놓았다.

예술이란 그것이 문학이든 화화이든 조각이든  삶의 절정이나 진수, 아름다움을 묶어두려는 작업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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