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불상 瑞山磨崖三尊佛像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가야산 끝자락인 수정봉 북쪽 산중턱에는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그 유명한 마애삼존불이 자리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변함없이 미소를 머금고 나그네를 반기는 마애삼존불. 짧은 겨울 햇살이라도 비낄 때면 더욱 생생히 피어나는 환한 미소는 천 년도 넘게 간직해 온 바로 그 '살인미소'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오래 되고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서산 마애삼존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호각 속에 갇혀 있던 운명이었다. "마애불상은 자연 상태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잇따르자 문화재청은 지난 2007년 11월, 42년간 마애불을 에워싸고 있던 보호각을 전면 철거했다.
보호각이 폐쇄형이어서 자연통풍과 채광을 막고 내부와 암벽에 과다한 습기를 유지하게 해, 오히려 훼손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시되면서였다.
햇살과 바람과 빗줄기와 때로는 눈송이도 머금게 된 화강암 피부는 이제사 온전히 제 빛깔을 되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천 년의 미소도 돌아왔다. 햇살이 옮겨 갈 때면 마애불의 얼굴에 때론 온화한 미소가, 때론 유쾌한 웃음이 활짝 활짝 피어난다.
햇살이 옮겨감에 따라 시시각각 웃는 모습이 달라지는 놀랍도록 정교하고 신비한 그 모습과 마주하면 아무도 감히 생명없는 돌덩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아는 이들에겐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서산 마애삼존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과정은 퍽 재미있다.
1958년 무렵 근처 보원사지를 발굴작업하던 문화재발굴단에게 동네의 한 노인이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양 옆에 본마누라와 작은마누라를 끼고 기분 좋게 웃고 있시유."
커다란 암벽을 파내고 들어가 부조 형식으로 조각된 마애불은 중앙에 산신령이라 표현된 본존인 석가여래입상, 좌우에는 노인의 눈에 본마누라와 작은마누라로 비춰졌던 제화갈라보살입상과 미륵반가상이 자리하고 있다.
제화갈라보살
석가여래불
미륵반가상
둥글고 풍만한 얼굴에 활짝 웃고 있는 본존불과, 티없이 맑은 웃음을 보이는 제화갈라보살입상,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미래불인 미륵반가상 !!!
이들에게 '백제의 미소'라는 타이틀이 부쳐진 건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륵보살반가사유상 彌勒菩薩半跏思惟像
미륵은 범어 '마이트레야Maitreya'를 음역한 것으로 '마이트레야'는 친구를 뜻하는 미트라Mitra에서 나온말이다. 미륵이 친구처럼 친밀하고 자비롭다는 뜻이다.
이 미륵보살상 가운데 의자에 앉은 자세로 반가부좌를 하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뺨에 댄 채 깊은 사색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의 보살상이 있는데, 이 보살상을 특별히 미륵보살반가상, 혹은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라고 부른다.
2세기경 인도 쿠사나왕조에서 기원한 사유상은 3, 4세기경 불교의 동전東傳의 길을 따라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미륵보살상은 반가상의 형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인도나 중국에는 반가상 이외에도 교각좌상交脚坐像, 의좌상倚坐像, 전가부좌상全跏趺坐像, 입상 등의 다양한 형식이 혼재한다.
# 미륵보살상이 사유상 형식을 취하는 이유는?
1) 싯다르타 태자가 12세 되던 어느 봄날 부왕과 함께 성밖으로 나가 농경제에 참석했다. 그 때 땀 흘리며 힘겨워하던 농부들, 쟁기를 끌면서 채찍에 맞아 피를 흘리는 소, 새들에게 잡혀 먹히는 흙속의 벌레들... 그것을 본 태자는 충격을 받아 염부나무 아래서 그 고통의 해법을 찾기 위해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는데, 이것을 후세의 사람들은 태자의 초선初禪의 경지라고 한다. 이 이야기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일본 오사카시립박물관에 있는 <수하보살반가사유상樹下菩薩半跏思惟像>이 있다.
2) 미륵은 보살로서 도솔천에 상주하고 있을 때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부처님 입멸 후 56억 7천만 년이 되는 해에 사바세계로 내려가 못다 구제한 중생을 교화하라는 부촉을 받는다. 부촉을 받은 미륵은 다가오는 미래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고민하고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그런 미륵의 심정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 그러나 보살이 인간처럼 고민하거나 사색에 잠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명상은 어떤 근원적 실재에 접근하려는 극단적인 사고의 형태이지 어떤 현실적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 마애 조각
마애삼존불상
좌협시보살(미륵보살반가상)
우리나라에 있는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 작품이다. 얼굴 가득한 미소는 백제인의 쾌활한 장자풍長子風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특유의 부드러움과 세련된 조각미는 백제인의 독특한 수법이며 이 유쾌한 미소는 '백제의 미소'로 명명되었다.
(中央) 본존인 석가여래입상, (右) 미륵반가사유상, (左) 제화갈라보살입상의 삼존불이다. 석가여래입상의 통견한 옷자락은 U자형으로 깊고 넓고 길게 발가락까지 흘러 내렸으며 두광배頭光背는 머리 주위의 연꽃무늬와 불꽃무늬로 구성되었다
이 마애불의 조성연대는, 두광의 3화불과 통견 법의의 고졸한 톱니형 윤곽선, 삼존의 형식으로 보아 600년경의 작품으로 추정한다. 특히 이곳은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문물의 유입지였고 이러한 규모의 불상을 암각할 만한 큰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조성된 것으로 본다.
- 참고 : 사찰 100美 100選 / 불교신문사 현지안내문/ 조선일보 / 국립경주박물관안내문-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東門里磨崖三尊佛立像
태안마애삼존불은 태안읍사무소 뒤에 우뚝 솟아 있는 백화산 중턱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 암벽에 조각된 백제 시대의 삼존불입상三尊佛立像이다. 흰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화산이라 부른다. 이 산의 중턱에 태을암이라는 암자가 있고, 암자의 북동쪽 뒷편에 높이 394cm, 폭 545cm의 큰 바위 동쪽면에 감실龕室을
서산마애삼존불상에 앞선 조형양식을 지니고 있는 백제시대 최고最古의 마애불상으로 오랜 풍화로 인해 파손이 심한 편이지만 대체적인 형태는 파악할 수 있다.
보호각이 세워지기 전의 삼존불(문화재청 사진)
일반적인 삼존불의 배치형식은 가운데에 본존불을 모시고 좌,우에 협시보살脇侍菩薩을 배치하는 형식이나, 동문리 마애불은 가운데 보살상을 중심으로 좌(南)우(北)에 여래상如來像을 배치하고 있는 특이한 형식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삼존불상 중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이 삼존마애불은 발 아래가 땅속에 묻혀있어 대좌의 구조를 알 수 없었으나, 1995년에 불상 아래를 발굴하여 연화대좌蓮花臺座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화대좌는 백제 연화문의 전형적인 단판연화문으로 연꽃잎의 끝이 뾰쪽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연화문으로 인해 백제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임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어 보물寶物에서 국보國寶로 변경 지정되었다.
보호각 속의 삼존불
이 마애불은 중국의 석굴 외벽外璧에 세워진 불상들과 닮아, 태안의 지역적인 특성으로 중국의 문화가 백제와의 해상교류를 통하여 유입된 우리나라 최초의 예로 보이며, 이 같은 양식은 중국의 북제시대北齊時代에 주로 나타났던 것으로 보아, 이 마애불의 제작 연대를 약 6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상의 형태로 보아 가운데의 작은 입불상은 관음보살상이고, 오른쪽이 석가여래상, 왼쪽이 약사여래상으로 생각된다. 삼존불 뒤에는 각각 문양이 없는 보주형광배寶珠形光背가 새겨져 있다.
마애불을 새긴 바위의 뒷모습이다. 이러한 커다란 돌을 갈고 닦아서 부처님을 새긴 것이니, 깊은 불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두 손으로 보주를 받쳐들고 서 있는 관음보살상은, 높은 관에 아무런 무늬도 나타나 보이지 않지만 본래는 장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석가여래상 약사여래상
2구의 여래입상은 머리의 소발素髮에 육계가 표현 되었으며, 양감이 풍부한 얼굴에 두 귀가 크고 길어 어깨에 닿았다. 눈은 내려 뜨고 따뜻한 미소를 띄고 있다. 목에는 삼도三道가 나타나지 않았다. 석가여래상의 오른손은 팔을 구부린채 손바닥을 보이도록 위로 올려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구부린 시무외인, 왼손은 아래쪽을 향한 여원인與願印이다(서산마애불의 手印과 同一) 약사여래상은 왼손에 약함藥含을 들고 있고 오른손은 시무외인施無畏印. -註- *施無畏印-부처가 중생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주고 위안을 주는 수인手印. * 與願印- 부처가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준다고 하는 의미의 수인
보호각을 세워 풍화로 인한 더 이상의 파손을 막고 있다.
|
'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 산이 거기 있었네...생 비투아르 山 (0) | 2015.02.24 |
---|---|
[스크랩] [인도] 아잔타 석굴 (0) | 2015.01.25 |
[스크랩] Thomas Pradzynski (1951-2007)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0) | 2014.11.12 |
[스크랩] Woman with a book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0) | 2014.11.12 |
[스크랩] 사랑과 욕망/그림으로 읽기 (0) | 2014.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