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카오스 병동/목포문학상 수상 작

tlsdkssk 2014. 10. 18. 08:23

                                카오스 병동 / 이명

 

벽에 못을 박고 바다를 걸었다

 

바다는 벽이 되었다

 

벽에 걸린 바지가 방금 걷어 올린 미역 한 줄기처럼 후줄근하다

 

나는 전마선처럼 벽과 벽 사이에 떠 있다

 

한 줌의 바다가 벽을 허물고 나를 끌고 간다

 

천정으로 펼쳐지는 파도는 한 폭의 두루마리다

 

만조 시간에 두루마리는 가장 둥글게 펴진다

 

두루마리 위에 수없이 뜨고 지고를 반복하는 별을 나는 읽고 있다

 

시작도 끝도 없는 혼돈,

 

크면 멀리 가고 멀리 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되돌아오는 

 

지금은 당신을 읽는 시간, 자정의 기차는 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