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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에 다녀왔다. 500년 신비를 간직한 숲을 걸었다.

tlsdkssk 2014. 8. 9. 05:34

포천에 다녀왔다. 500년 신비를 간직한 숲을 걸었다.
숲은 깊고 고요했다. 수련이 피어나는 연못도 있었는데,
그 연못은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길. 쭉쭉 뻗은 미끈한 전나무들이 울창하다.

광릉숲에 왔다. 서어나무며 졸참나무, 갈참나무, 구상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가 살고 있는 곳. 우리를 즐겁게 하고 위로하는 건 때때로 사람의 이름보다는 나무나 꽃의 이름을 가진 것들. 이 이름들을 나지막이 입술에 굴리다보면 누군가 내 등을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때로 숲은 눈밑을 닦아주는 손수건이고 이마를 짚어주는 손바닥이다.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열대 우림 및 열대 건조 식물을 살필 수 있다.

큰 나무가 사는 깊은 숲

남양주에서 포천으로 이어지는 47번 국도에서 국립수목원으로 향하는 98번 지방도로 갈아타자 분위기가 싹 바뀐다. 어수선한 간판은 사라지고 쭉쭉 뻗은 전나무들이몰려온다. 차창을 내리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여름의 공기. 상쾌하고 싱그럽고 달짝지근하다. 어서 빨리 숲으로 들고 싶은 마음뿐. 차창 밖 전나무 뒤로는 서어나무와떡갈나무가 스친다. 지나치며 언뜻 보아도 보통 나무들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무들은 일제강점기에 시험림으로 심어진 것들이다. 그러니까 100년을 훌쩍 넘긴 나무들이라는 말이다.

육림호는 국립수목원 입구에서 전나무 숲으로 가다보면 만나는 참 예쁜 연못이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좋고 아름답다.

광릉숲의 정확한 명칭은 국립수목원이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자리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이 광릉숲으로 더 많이 불린 이유는 수목원 가까운 곳에 광릉이 있기 때문이다. 광릉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와 그의 왕비 정희왕후의 능을 모신 곳이다. 세조가 누군가. 조선의 왕 가운데 가장 잔인했던 이다. 조카의 왕위를 빼앗고 수많은 신하의 목숨을 앗아갔다. 서슬 퍼랬던 생전의 모습은 죽어서도 이어졌다. 누구도 함부로 능 주위의 숲을 침범하지 못했다. 조선 왕실은 광릉을 중심으로 해 사방 15리(약 3600제곱미터)의 숲을 능에 속하는 것으로 지정해 조선 말기까지 철저하게 보호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임업 시험과 연구를 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에도 피해를 입지 않고 잘 보호돼왔다. 이후에도 자연 재해나 인위적인 훼손이 없었다. 그러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에 광릉수목원으로 조성됐고, 1999년에 국립수목원으로 승격됐으며 2010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봉선사 앞 연못에 흰 연꽃이 가득 피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연꽃을 감상해보시길.

그러니까 이 숲은 540년 동안 온전히 보전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숲에는 900여 종의 식물을 비롯해 곤충, 조류, 양서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한국에서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종이 서식하는 곳도 이 숲이다. 식물학자들은 이런 숲을 '극상림'이라 부른다. 안정된 숲은 나무들의 세력이 조화에 도달해서 먹이 피라미드가 정돈되고 모든 나무와 풀과 새와 벌레들이 위계 속에서 질서를 유지한다. 광릉의 극상림은 지금 여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정확히 오전 9시가 되어서야 숲에 들어설 수 있었다. 국립수목원에는 1분도 일찍 들어갈 수 없다. 정해진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하루 입장객이 5000명, 주말인 토요일에는 3000명만 입장을 허락한다. 그것도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한다.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입장객 숫자를 넉넉히 받아 예약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입장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꼭 오고 싶은 사람만 들어오라는 뜻일 게다. 실제로 수목원에 한 걸음 들어서면 왜 이렇게 방문을 귀찮게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봉선사.

한여름 9시면 해가 중천에 뜰 시간. 하지만 숲 속은 어둑어둑하다. 공기도 서늘해서 늦봄이나 초가을이라고 해도 믿겠다. 숲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수건처럼 피부를 후다닥 감싸면 소름이 으스스 돋는다. 숲은 깊고 그윽하다.

수목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은 인공 호수인 육림호에서 산림동물보존원 (동물원)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 구간이다. 길이는 약 1.7킬로미터. 1927년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종자로 조림한 것이 지금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당시 5년생 전나무를 심은 것이라니 수령이 90년은 넘는다. 신화 속 거인족처럼 커다란 나무들이살고 있다.

전나무 숲을 걷다보면 숲 사이로 길이 난 것인지 혹은 숲이 길을 불러들인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길은 푹신하고 부드러워서 발걸음은 성큼성큼 길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는데, 숲의 틈을 비집고 햇빛이 점점점 무늬를 만들며 어깨에 떨어진다. 푸드득, 산새가 저편 숲에서 날아올라 걸음을 멈칫하게도 만든다. 그러면서 든 생각. 천국은 분명 도서관이거나 숲이거나 둘 중 하나.

국립수목원은 크고 넓다. 시험림까지 포함한 면적이 총 2118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우리에게 공개된 수목원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둘러보려면 최소3시간은 잡아야 한다.

아이나 노부모님과 함께라면 육림호까지만 다녀와도 된다. 느린 걸음으로 30분 거리다. 육림호는 나무에게 필요한 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인데 봄이면호수를 둘러싼 산벚나무가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여름도 봄 못지않게 아름답다. 영롱한 여름 햇살이 내려앉는 작은 호수 주변으로 예쁜 나무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광릉은 세조와 정희 왕후의 능을 모신 곳이다.

이 길을 걷다가 몇 해 전 어느 잡지에서 보았던 소설가 김원우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김원우는 참 어렵게 읽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다. 그는 나중엔 소설 안 쓰고 나무나 심으러 다니겠다고 말했다. 전나무 그늘 아래 짙은 길을 걷다 나 역시 나중에 여행을 그만두면 나무나 심으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왠지 그것이 최선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목원에서 광릉이 지척이다. 빼먹고 가기 아쉬운 곳이다. 수목원 입구에서 남양주 방향으로 '수목원로'를 따라 걸어가면 10분 만에 닿는다. 주차장이 있어 차로 이동해도 된다. 광릉은 행정구역상으로 남양주시 진접읍이다. 조선 왕족의 무덤은 현재 119기. 그중 왕과 왕비의 무덤은 42기인데, 500년 넘는 한 왕조의 무덤이 이처럼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그래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매표소를 지나면 신록 고운 숲길이 시작된다. 국립수목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정감 있고 친근하다. 길 옆 숲에 한 가족이 자리를 편 채 소풍을 즐기고 있다. 진초록의 숲 속에서 자리를 펴고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여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풍경이다.

숲길 따라 얕은 오르막을 5분쯤 걸으면 제의식이 진행되는 건물인 정자각이다. 이 건물을 바라보고 서면 왼쪽이 세조의 능, 오른쪽이 왕비인 정희왕후의 능이다. 세조는 타고난 무골로 왕자 시절부터 사냥과 관병觀兵을 즐겼다. 지금의 광릉숲을 이루는 주엽산, 소리봉, 축석령 일대는 세조가 자주 찾던 사냥터이기도 했다. 사냥꾼이 죽어서 자신의 사냥터에 묻힌 것이다.

이왕 광릉까지 온 길, 봉선사도 들러보자. 5분 거리다. 지금 연꽃이 활짝 피었다. 봉선사는 고려 때 운악사로 창건했는데, 세조가 죽은 후 정희왕후가 광릉을 관리하고 추모하는 사찰로 정하고 이름도 봉선사로 바꿨다. '봉선사奉先寺'는 선왕의 능침을 수호하며 명복을 빌고 선왕을 받드는 사찰이라는 의미를담고 있다. 당시 정왕후가 심었다는 느티나무가 청풍루 앞, 길가에 자란다. 500세가 넘었다.

또 눈여겨볼 것은 '큰법당' 편액이다. 한글이다. 대웅전인 큰법당은 1970년 당시 주지였던 운허스님(1892~1980년)이 중건했는데, 운허스님은 이때 '대웅전'이라 하지않고 '큰법당'이라 이름 지어 한글 편액을 달았다. 불교 대중화의 뜻을 담은 상징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사찰의 한글 편액으로는 이것이 처음이다. 운허스님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불교사전'을 편찬하고 1960년대부터 한글 대장경 편찬 사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평강식물원의 암석원 전경. 고산식물과 다육식물이 자라고 있다.

초록으로 찬란한 정원에서의 한때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을 꼽으라면 평강식물원을 꼽겠다. 그 평강식물원이 사계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때는 여름, 그중에서도 8월이다. 원래 포천에는 식물원이 많았다. 포천 뷰식물원은 양귀비가 한아름 피는 식물원으로 유명했고 아기자기하고 예쁘기로 소문났던 유식물원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캠핑장으로바뀌고 전원주택 단지로 바뀌었다. 평강식물원은 아직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병풍, 노란만병초, 조름나물, 독미나리 등의 멸종위기식물을 보유하고 있어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식물 서식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평강식물원은 한의사인 이환용 박사가 만들었다. 산과 들에 자라는 희귀 식물들을 60만 제곱미터 계곡에 모아놓았다. 자생식물원, 고층습지, 고사리원, 암석원, 이끼원, 습지원, 들꽃동산 등 12개의 테마정원에서 5000여 종의 식물이 자란다.

비밀의 정원처럼 온갖 꽃들로 가득한 풍경이 펼쳐진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암석원이다. 백두산, 한라산, 히말라야, 로키 산맥 등 세계의 고산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산식물과 바위에 붙어 사는다육식물이 심겨 있다. 고산식물 전시장으로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고산식물은 해발 2500미터 이상에서 자란다. 저지대에서는 발육 상태가 좋지 않다. 식물원의 해발 고도는 250~300미터. 평강식물원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밀양의 얼음골과 돌산의 풍열지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특수한 조성 기법을 고산식물에도입했다고 한다. 영국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의 암석원 조성 기법을 가져와 지하에 배수층을 만들고 그 위에 물이 잘 빠지는 흙과 암석을 배치했다.

암석원엔 산솜방망이, 에델바이스, 백두산떡쑥, 흰두메양귀비, 한라개승마, 두산떡쑥, 털진달래, 산부채, 제주양지, 금낭화, 앵초, 양지꽃, 종지나물 등의 고산식물이있다. 해외에서 들여온 것들도 많다. 세라스티움 알피눔, 세룸, 플록스브라이오이데스…. 암석원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식물들은 잔디처럼 땅바닥에 딱 붙어 자란다. 그러면서 깨알만 한 꽃봉오리를 피운다.고산지대는 바람이 많고 기후도 척박해서 꽃송이도 작다.

암석원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연못정원이다. 여름 평강식물원은 수생식물들의 천국이다. 연꽃과 수련이 앞다퉈 핀다. 강렬한 자줏빛에서부터 은은한 분홍빛, 눈부신흰색까지 각색의 수련들이 어울려 모네의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그리고 습지원. 누군가 숨겨놓은 비밀의 정원을 몰래 엿보는 것 같다. 마을 이름이 '우물목'으로 불릴 정도로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이 지역의 특성을 살린 테마 정원이다. 습지원 가운데로 난 지그재그 나무 탐방로를 따라 가다보면 붓꽃이며 꽃창포, 노랑어리연꽃, 노루오줌 등 온갖 수생식물과 수서곤충을 만날 수 있다. 왕버들과 부들, 연꽃 등 옮겨 심은 수생식물들이 자리를 잡아가자 수서곤충과 양서류, 파충류는 물론 백로 등이 자연스럽게 습지원에 몰려들어 자연생태계를 형성했다고 한다. 습지원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이른 아침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영락없는 한 폭의 수채화다.

허브아일랜드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허브를 체험할 수 있다.

고산습원과 고층습지는 국내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생소한 테마 정원. 한라산의 계곡과 습지를 재현한 고산습원엔 붓꽃류, 물매화 등 자생식물은 물론 종의 다양성을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습지식물이 철 따라 피고 지고를 거듭한다. 고산습원 위쪽에는 백두산의 장지연못을 생태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한 고층습지가 펼쳐진다. 이곳에는 호랑버들, 오리나무, 물박달나무 등 줄기나 뿌리가 단단한 나무뿐 아니라 황새풀, 끈끈이주걱, 산부채, 해오라비 난초 등 희귀한 풀꽃이 자라고 있다.

생태학습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다.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숲의 신비', 사라져가는 습지의 생태와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습지' 학습, 그리고 야생화 분갈이, 손수건 꽃물 들이기, 자연을 이용한 놀잇감 만들기 등 다양하다.

평강식물원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정원에 식물원이라는 이름만 붙여놓은 것 같다. 습지원에서 내려오는 길, 커다란 때죽나무벤치 아래 앉는다. 무릎께로 떨어지는 요란한 매미 울음소리를 듣다 18세기 조선 선비 이덕무의 수필에 나오는 한 구절을 떠올린다. "내 마음 깨끗한 매미, 향기로운 귤 같으니 나머지 번다한 일 나는 이미 잊었노라." 그래 지금은 8월, 한여름. 아름다운 정원 한가운데 앉아 있으니 번다한 일은 잊고 매미 울음소리만 즐길 것. 그것이면 충분할 것.

2000여 종에 달하는 허브로 가득한 허브아일랜드. 테라피와 레스토랑, 카페 등 허브와 관련한
여러 시설로 빼곡하다.

허브아일랜드와 포천아트밸리


허브아일랜드. 형형색색의 꽃과 달콤한 허브 향이 가득한 곳이다. 신북면 삼정리 산 언덕배기에 1만 평의 넓이로 조성되어 있다. 1998년 문을 열었으니 꽤 내력이 깊다. 허브아일랜드는 이름 그대로 '허브 섬'. 모두 2000종에 달하는 허브가 농원을 뒤덮고 있으며 다양한 아이템의 허브 관련 시설이 즐비하다.

입구를 지나면 하얀색 2층 목조 건물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곳곳에 놓인 예쁜 장식물 등이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독일의 마을을 테마로 조성했다. 여행객들은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 사진 찍기에 바쁘다. 허브박물관, 허브식물박물관과 꽃가게, 만들기체험장 등 허브를 보고 체험하는 공간과 함께 허브카페, 허브빵가게, 허브갈비 등 허브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버려진 채석장 산자락을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포천아트밸리.

허브아일랜드의 대표적인 허브는 주황, 노랑 등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나스타치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향기와 효능으로 널리 사랑받아온 타임, 소독 효과까지 뛰어난 라벤더, 상큼한 향의 레몬밤 등 총 100여 가지. 단맛, 쓴맛, 레몬 맛 등 여러 맛이 나는 허브 잎을 조금씩 따서 맛볼 수도 있다. 허브갈비, 허브비빔밥, 허브커피, 허브빵 등 허브를 이용한 여러 음식도 준비되어 있다. 요리에 들어가는 허브는 그때그때 직접 따서 사용한다고 한다. 천연 비누, 양초, 화장품 만들기도 직접 체험할 수있다.

포천아트밸리에서 여행을 마무리해도 좋다. 포천은 포천석이라 불리는 화강암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신북면 기지리의 포천아트밸리는 2003년부터 버려진 채석장 산자락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천주호라는 에메랄드빛 호수. 화강암을 깎아내며 생긴 높이 50미터 암벽아래 웅덩이에 샘물과 빗물이 고이며 1급수의 호수가 생겼다. 인간이 망가뜨린 공간을 자연 스스로 정화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천주호 주변에 천문과학관, 조각공원, 공연장, 전망대 등이 설치됐고 천주호까지는 모노레일로 오른다.

허브아일랜드에는 베네치아를 본뜬 이국적인 건축물이 있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주호 그늘에 앉아 냉커피를 달그락거며 이따금 오가는 아이들 소리에 귀를 파고 있다. 누군가 봄은 하루뿐인 거라며 탄식했지만 여름은 길고 길 것만 같다. 광릉숲의 전나무 그림자는 지금쯤 동쪽으로 엿가락처럼 길어졌을 것이다.

포천 여행을 위한 목록

가는 길

북부간선도로 신내나들목이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나들목에서 나와 47번 국도로 갈아타고 퇴계원, 진접읍을 지난다. 국립수목원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 찾기 편하다.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 방문은 예약제다. 홈페이지 (www.kna.go.kr)에서 방문 날짜를 정하고 예약해야 한다. 평일에는 방문 1~2일 전, 주말이나 공휴일은 방문 5~6일 전에 예약한다.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 월요일 휴원.

LOCATION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TEL

031-540-2000

WEB

평강식물원

산정호수 한화리조트에서 승용차로 5~10분 거리. 산정호수 콘도를 지나 직진하면 오른쪽에 정항교가 나온다. 정항교로 우회전해 달리면 평강식물원이다. 해설사가상주하니 함께 식물원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식물원내에 있는 식당 '엘름'에서 약선요리를 낸다. 식물원에서 키운 채소로 만든 20여 종의 밑반찬과 함께 평강약계탕, 산채육개장 등을 맛볼 수 있다. 아홉 번 볶아 말렸다는 구수한 콩잎차와 보랏빛 선인장차를 맛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 식물원 입장료 어른 8천원, 청소년 5천원. 연중무휴.

LOCATION

포천시 영북면 우물목길 203

TEL

031-531-7751

WEB

광릉

광릉은 국립수목원에서 가깝다. 월요일 휴원. 입장료 1천원.

LOCATION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수목원로 354

TEL

031-527-7105

허브아일랜드

테마가 다양해서 할 것도 많고 사진 찍을 곳도 많다. 허브에 관해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해보려면 힐링센터에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입욕 체험,해독 체험을 기본으로 허브 오일 체험, 허브 식물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입장료 6천원.

LOCATION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947번길 35

TEL

031-535-6497

WEB

비둘기낭

영북면 대회산리에 있다. 현무암이 침식 작용을 일으켜 만들어진 협곡으로 언뜻 보기에는 평지 같으나 40미터 높이의 수직 낭떠러지가 있다. 예로부터 겨울이면 수백마리의 산비둘기가 서식해 비둘기낭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장마철이면 쏟아져 내리는 장쾌한 물줄기와 그아래 푸른빛의 물이 주변의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절경을 보여준다.

구라이골

창수면을 흐르는 운산천이 한탄강과 몸을 섞는 끝자락에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다. 굴과 바위가 합쳐진 굴바위라는 이름이 변음되어 굴아위로, 다시 구라이로 바뀌었다. 40미터 길이의 주상절리 협곡이 발달돼 있는데, 일반인이 찾아가기에는 어렵다.

고모저수지

국립수목원에서 포천 시내 방향, 차로 약 10여분 거리인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에 있는 저수지다. 고모리 일대는 1990년대 초부터 갤러리, 카페 등이 들어섰다. 매운탕 등을 파는 음식점도 있고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곳도 있다. 작년 가을 저수지를 에둘러 산책로 데크가 설치됐다. 저수지 한 바퀴 도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산정호수

일제강점기인 1925년 농업용수를 활용하기 위해 광덕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막아 저수지를 축조 하면서 생긴 인공 호수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정호수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호수를 따라 도는 5킬로미터 남짓의 둘레길을 걷다보면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산사원

산사원은 전통주를 주제로 꾸며놓은 일종의 테마파크다. 전통주 주조 과정을 볼 수 있는 박물관, 미니 양조장, 시음마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른 입장료 2천원.

LOCATION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432번길 25

TEL

031-531-9300

WEB

포천아트밸리

호수, 조각공원, 대공연장, 소공연장, 천문과학관등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LOCATION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TE

L 031-538-3489

WEB

욕쟁이할머니집

시래기정식이 유명하다. 콩나물무침, 도라지무침, 고춧잎나물 등 함께 나오는 반찬이 맛깔스럽다. 두부와 불고기 정도가 추가 반찬으로 제공되는데 두부도 아주 맛있다. 시래기정식 6천원.

LOCATION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425

TEL

031-542-3667

파주골순두부

직접 콩을 갈아 부드러운 두부를 만들어낸다. 두부와 어울리는 무채 등 몇몇 밑반찬을 내놓고 두부, 된장찌개 등을 곁들이는데, 의뭉하게 끓인 순두부가 아주 맛있다.가게에서 식사한 다음 모두부를 사가는 손님들도 많다. 순두부정식 6천원.

LOCATION

포천시 영중면 성장로 179

TEL

031-532-6590

포천 이동갈비

포천의 먹거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이동갈비다. 이동면 장암리에 이동갈비거리가 있다. 두툼한 육질과 부드러운 맛, 은은하게 밴 참숯 향이 이동갈비의 특징. 1960년대 초반 '이동갈비집'과 '느타리갈비집'이 문을 연 뒤 1980년대 등산객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이동갈비거리가 본격 조성됐다.

< 2014년 8월호 >

글·사진

최갑수(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