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등 - 서안나

tlsdkssk 2013. 9. 16. 06:06

 

 

 

 

 

 

 

 

 

등 -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 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가 살고 있다

 

 

 

 

 

 

 

 

 

출처 : 화타 윤경재
글쓴이 : 화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