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 내리고 ... 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붙잡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메모 :
'詩가 흐르는 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시 (詩) / 파블로 네루다 (0) | 2011.10.24 |
---|---|
[스크랩] 홀로와 더불어 , 나는 알고 또한 믿고 있다...구상 (0) | 2011.10.22 |
[스크랩]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0) | 2011.10.19 |
[스크랩] 가을에 ...오세영 (0) | 2011.10.09 |
[스크랩] 가을의 소원 ... 안도현 (0) | 2011.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