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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로토닌 이야기 - 우울증(Depression)

tlsdkssk 2009. 5. 27. 06:27

세로토닌 이야기 - 우울증(Depression)


아무 기력이 없었다. 직장이나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었다. 늘 하던 일이고, 무슨 고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무기력하고 힘들 아무 이유가 없는 데 이상할 정도였다.

 좀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몇 주가 지나도 좀처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떨쳐버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져서 이젠 사람 만나기도 귀찮아졌다. 이때까지 내가 뭘 하고 살았나 싶기도 하고 허무했다. 밥맛도 없고 뭐를 해도 신이 안 났다.  지금 같아서는 그냥 커튼을 두껍게 쳐놓고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서 며칠 지내면 제일 속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세상이 그러도록 놔두질 않으니 부담스러운 것이다.

  우울증은 위와 같이 은근히 시작을 해서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증상이다. 가정의학 진료실에서도 우울증환자는 20%가 넘는다. 그만큼 현대 사회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하겠다.

  모든 병이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우울증은 심약한 사람이나 걸리는 것으로 간주되었었다. 혼자서 씩씩하게 떨쳐 버려야 한다고, 휴식을 하고 여행을 하여 기분전환을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된 것이다. 그러는 동안 병은 깊어가고 이제는 남에게 얘기하지 못할 혼자만의 비밀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요즘의 연구발표는 우울증은 "정상인"도 걸릴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래서 세로토닌 얘기를 하려고 한다.

@ 세로토닌(serotonin)이란?

  우리의 두뇌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많은 건강박사들 덕분에 엔돌핀(endorphin)은 어느덧 대중어가 되어 가는 듯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로토닌도 뇌의 물질이다. 기쁠 때나 사랑할 때, 운동할 때 나오는 것이 엔돌핀이다. 세로토닌은 대신 어느 특정 때가 아닌 평소에 꾸준히 뇌에서 나와 몸을 원활하게 하는 물질이다. 세로토닌이 적당히 있어야 잠도 적당히 자고, 식욕도 있다. 쉽게 말해 세로토닌이 있어야, 매일 아침 일어나 일을 가고 싶은 의욕도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이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과다한 업무, 불규칙한 식사나 잠, 운동 부족, 고민 거리 등등은 모두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필요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장기화되고 또 자신이 원하던 것들이 좌절되는 욕구불만이 자꾸 쌓여지면 세로토닌은 계속 똑같이 생성되지만 더 빨리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머리 속에서는 또 모자라는 세로토닌을 메우느라 애를 쓴다. 하지만 이것이 한도를 넘으면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본인이 어떻게 타고 났냐도 중요하다. 이것은 가족력, 자라온 배경, 대인관계,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coping mechanism)등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개인 성격은 가장 큰 열쇠이다. 여기서 성격이란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얼마만큼 받을 수 있는 성격이냐 즉, 사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성격이냐가 중요하다.

  이러한 세로토닌이 모자라게 되면 기분만 우울한 것에서 넘어서 하루 일과가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우울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열린 사회인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너무 늦기 전에 스스로 의사를 찾아와 상담을 하지만 한국인들은 보통 가족이 참다못해 환자를 데리고 온다. 잘 몰라서 혹은 남의 눈치보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우리 사회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울증 하면 정신병, 정신병은 정신착란 증과 다 싸잡아 묶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정신병 환자들이 설 땅이 없다. 정신도 '감기'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우울증이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울증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가정의학을 찾아오는 환자 중에서도 20%이상은 우울증환자이다. 물론 나 우울해서 왔소 하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만일 그랬다면 의사하기가 참 쉬웠을 것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피곤하다(fatigue 또는 no energy)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되고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뒷목이 쑤신다거나 자주 되는 두통 등을 가지고 병원을 찾게 된다. 물론 의사 입장에서는 진짜 심장병은 없는지 위궤양 혹은 디스크는 아닌지 검사를 한다. 그리고 모든 검사결과가 아주 깨끗한 경우, 그리고도 증상이 계속될 때 비로소 환자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담을 해봐야 한다.

그러면 우울증은 어떻게 해야할까 ?

  우선은 자신이 혹은 자녀가 그런 병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알아야 치료도 시작한다. 설마 하는 사이에 시간이 흐르고 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로는 심리치료, 약물치료, 그 외 그룹 치료 등 전인적인 치료가 물론 좋지만 사정이 되지 않을 때는 약물 치료를 먼저 시작한다. 세로토닌 연구가 나오면서 요즘 각광을 받는 것은 이러한 몸 속의 세로토닌을 보호해주는 약물들이다. 이러한 약은 세로토닌이 뇌를 한 바퀴 돌고 오면 사라지는 뇌 속의 세로토닌 '쓰레기통'에 가서 달라붙는 데, 이렇게 되면 뇌에선 세로토닌을 버릴 곳이 없어서 한 바퀴를 더 돌린다. 쉽게 말해 스트레스로 빨리 죽어 가는 체내의 세로토닌을 재활용(recycle)하는 것이다. 종전의 항우울제보다 효과가 탁월하며 부작용은 적고 습관성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 하나 단점이 있다면 이 재활용이 문제인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약자체가 세로토닌은 아니므로 본인의 세로토닌을 이용하여 우울증이 나아지는 데는 최소한 2주가 걸린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자살생각을 하는 극심한 우울증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보통 2달 정도 쓴 후면 환자의 모습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왜 정신과 약을 먹니? 기도 받고 열심히 신앙으로 극복해봐..." 마치 믿음이 부족해서, 혹은 나약해서 이러한 병이 걸린 듯 의심하는 친구의 말에 몇 달을 고민하다가 몰래 병원을 찾은 환자. 우울증이 치료를 못 받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정신병으로 낙인찍히는 것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위와 같이 환자의 노력부족으로 낙인찍는다는 것이다. 우울증 자체가  스스로 노력해도 안 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신앙이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신앙과 함께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신앙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다 건강한 건 아니듯 그와 반대로 신앙이 없다고 다 건강치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우울증을 예방할까?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고 밀려오는 스트레스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대처능력 혹은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는 사람마다 다른데 건강한 방어기제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즉, 어려움이 있을 때 남을 탓하면(투사 projection) 그 상대방을 내 맘대로 할 수 없어서 속상하지만 내 안에 혹시 고칠 것이 없나 살피고 노력하는 것,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 더 나아가 속상한 마음을 가지고 주저앉지(억제 suppression) 않고 더 어려운 사람에게 눈을 돌리는 것(동일시 또는 동정 sympathy), 남을 돕는 것(승화 sublimation)이 중요하다. 즉, 투사나 억제보다는 동정과 승화가 건강한 방어기제이다.

  정신의학적으로 설명을 했지만, 결국 초점을 나(self)에서 남(others)에게 돌리는 것이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신체 따로 정신 따로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울증이란 마음의 병인 동시에 뇌 속 세로토닌 부족증이고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이러한 병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길 그래서 우리 사회도 이런 환자들이 치유 받는 길이 속히 오길 소망한다.

<세로토닌 결핍증>

  
요즈음 한국의 사회정신병리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독이다. 한번 맛들이면 절제를 못한다. 술, 담배, 마약, 도박 등 중독증상이 세계정상이다. 다음이 충동, 과격성이다. 평화로운 데모도 그만 과열, 폭력이 난무한다. 국회마저 그 모양이니 온 세계 웃음거리가 된 게 한국인의 과격성이다.

그런가하면 요즈음은 우울증이 기승이다. 자살도 단연 세계 정상이다. 왜 그럴까? 요즈음의 어려운 경제 상황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뇌 과학적 설명에 의하면 한국인의 세로토닌 결핍증이 원인이다. 이 호르몬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첫 번째 조절 기능이다.
    폭력, 파괴적인 성향이나 쾌락에 빠지는 중독성향을 조절하는 기능인데 이게 부족하니까 극단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생기, 의욕, 적정한 쾌적 상태를 만들어 주는 일명 행복 호르몬의 기능이다.
    이게 부족하면 우울증이 온다. 정신과에서는 항우울제로 SSRI를 처방하는데, 이 약물은 뇌 속에 부족한 세로토닌을 선택적으로 올려주는 작용을 하는 획기적인 치료제이다.

이 중요한 호르몬이 왜 부족할까? 우선 뇌신경의 세로토닌 신경분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신경은 생명유지를 위한 리듬운동을 담당하는 뇌간에 분포되어 있다.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들이 어떤 것들인가를 살펴보면 강화를 위한 처방이 간단히 나온다.

1. 씹는 기능이다.

   옛날엔 하루 6,000번을 씹었지만 요즈음은 200회라는 보고가 있다. 크림, 우유, 요구르트 등 요즈음은 모두가 연한 음식이어서 씹을 것도 없다. 좀 더 오래 씹어야 한다. 정 씹을 게 없으면 껌이라도 씹어야한다. 운동 선수들이 시합 중에 껌을 씹는 건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하여 불안을 없애려는 수단이다.

2. 심호흡이다.

  평소 호흡은 얕고 짧아서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지 않는다. 깊은 복식 호흡을 해야 하는데 운동도 않고 계단도 오르지 않으니 이런 기회가 없다.

3. 걸어야 한다.

   우리는 한 블록을 걷지 않는다. 공부하다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자연스레 일어나 걷게 된다. 긴장이 풀리며 절로 문제도 풀린다. 이게 세로토닌의 기능이다. 원래 인간은 걷는 게 즐겁도록 설계되어 있다.

4. 서로를 용납하며 사랑해야 한다.

   우린 요즈음 사랑보다 미움, 질투, 시기로 가득 차 있다. 사랑하면 기분이 즐겁고 행복한 것도 세로토닌의 기능이다.

5. 군집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 자살하는 사람의 마지막 심경은 세상에 나 혼자라는 절박감에서 자살한다.

6. 끝으로 묵상(명상)이다.

   짧아도 좋다. 세로토닌을 빨리 올리는 방법으로는 묵상보다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없다.
 

출처 : 세로토닌 이야기 - 우울증(Depression)
글쓴이 : 영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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