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여름 더위는 엿가락같다.
말복도 지나고 처서가 되었으니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되었건만
정말 지겹게도 오래간다.
나는 유난히 더위에 약하다.
오죽하면 사주에도 나는 서늘한 곳에서 기를 받는다고 되어 있을까.
수다 떠는 일도 힘들어 모처럼만에 의사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자기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매일 병원 출근해서 병실의 환자들과 같이 있으니 그렇다는 거다.
정신과 의사를 하고 있으니 환자들이란 모두가 정신질환자들이다.
나는 요즘 내가 무더위를 핑게로 얼마나 한심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았다.
기본적으로 숨쉬기 운동만 하고 지내며
돋보기 쓰는 것이 피곤해 활자가 있는 건 거의 보지 않으며
멍하니 테레비 보는 일이 일과라고 하자 친구는
"얘, 이럴 땐 살아만 있어줘도 큰 일 하는 거야." 한다.
그 말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누가 정신과 의사 아니랄까봐 농담도 정신과의사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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