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간다는 건 내 편이 주변에서 하나 둘씩 사라지는 걸 의미하는가보다.
수십년씩 나를 변함없이 지지하고 응원하고 기도해주던
친지나 지인들이 추풍 낙엽처럼 한 잎 두 잎 지고 있다.
초우 선생님이 이미 떠나셨고, 내 남편도 갔으며
루도비꼬 신부님이 이제 그 뒤를 이으시려 하고 있다.
그들은 무조건 내 편이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무조건 내 편이었다.
내가 어려울 땐 물심으로 도우셨고 미사를 봉헌해주시고 기도로 후원하셨다.
때론 내가 그들을 서운하게도 했건만 변함없이 사랑을 내게 베푸셨다.
그들로 인해 나는 평생 정신이 여유로왔고
가슴이 뿌듯했으며 마음의 부자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내 인생의 좌청룡 우백호.
이제 누가 그들만큼 나를 받쳐주고 지지해 줄 것인가.
~~ 애나,
~~애나, 하며 매일 메일 제목을 달리 붙여 사연을 전해주시고
성경 구절을 적어 보내주시던 매께비 신부님은 요즘 아무 소식도 전해오지 않는다.
남편의 죽음을 알렸을 때도 내용없는 메일을 보내오셨다.
수신은 하셨지만 답신을 쓰실만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빈 메일을 보내오신 것이다.
일전 그 신부님을 모시고 있다는 한 형제분이 신부님을 대신하여
메일을 보내왔다. 신부님의 건강이 몹시 안좋으시다는 것,
지난 봄에 심혈관이 막히어 스텐트 시술을 받으셨다는 것,
건강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아무래도 시간 내어 신부께 다녀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