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꿈결만 같아라

tlsdkssk 2010. 6. 28. 10:55

붙박이가 사라졌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그는 늘 소파 한 켠에 붙박이처럼 앉아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잠을 자곤 하여 나는 그를 붙박이라 부르며  핀잔을 주곤 했다.

"헤이, 붙박이, 저리좀 비키셔. 마님 좀 주무시게..."

방안 침대 놔두고 소파에서 잠시 눈 부치는 것도 달콤한지라  쫓을라치면

그는 붙박이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리를 비키지 않고

대신 자기 허벅지에 내 다리를 올리는 것을 허용하였다.

나는 그의 허벅지에 내 두 다리를 터억 올려놓고 회심의 미소를 짓곤 했다.

사람 신체가 주는 쿠션감은 가죽 소파가 주는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잖는가.

만만찮은 내 다리 무게가 미안하여 다리를 슬쩍 내릴라치면 그는

"괜찮아. 내가 위해주지 않으면 누가 위해주겠어?" 했다.

그러다 그는 은근슬쩍 내 허벅지를 더듬곤 하였는데,

그럴 때면 나는 야멸치게 그의 손을 발로 차내곤 하였다.

서로 기분이 언짢은 날은 소파 쟁탈권을 벌리며 언쟁을 벌리기도 하였다.

별 것도 아닌 것을 두고 격렬히 싸우곤 했다.

그는 침대가 둘씩 있는데 왜 하필 소파냐고 따졌고,

나는, 항상 소파에 있으면서 잠시 눕겠다는데 좀 비켜주면 안되느냐고 을러대었다.

이제 나는 소파 쟁탈전을 더 이상 벌리지 않아도 된다.

대체 그는 어디로 간 거지?   

 

병원에 있을 때 내가 휠체어를 끌어주면 그는 몸이 배긴다면서

우리 집 소파가 그렇게 편한 건지 몰랐다고 그 알량한 소파를 그리워하곤 했다.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집에 오던 날 나는 남편의 영정을 소파 위에 잠시 올려 놓았다.

퇴원하여 소파에서 쉬기도 하다가 임종 맞기를 그리도 바랬었는데,

그는 끝내 그 원을 이루지 못하였다.

남편의 영정은 소파와 마주 보는 위치에 있다.

사진 속의 그는 슬퍼 보인다.

작은 소파를 두고 그리도 티격태격하던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모든 것이 꿈결만 같아라.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의 편지  (0) 2010.06.30
누구를 위한 눈물인가  (0) 2010.06.29
은헤로운 장례식  (0) 2010.06.22
의사가 뭘 안다고  (0) 2010.06.19
모처럼 산으로  (0) 201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