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가 사라졌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그는 늘 소파 한 켠에 붙박이처럼 앉아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잠을 자곤 하여 나는 그를 붙박이라 부르며 핀잔을 주곤 했다.
"헤이, 붙박이, 저리좀 비키셔. 마님 좀 주무시게..."
방안 침대 놔두고 소파에서 잠시 눈 부치는 것도 달콤한지라 쫓을라치면
그는 붙박이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리를 비키지 않고
대신 자기 허벅지에 내 다리를 올리는 것을 허용하였다.
나는 그의 허벅지에 내 두 다리를 터억 올려놓고 회심의 미소를 짓곤 했다.
사람 신체가 주는 쿠션감은 가죽 소파가 주는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잖는가.
만만찮은 내 다리 무게가 미안하여 다리를 슬쩍 내릴라치면 그는
"괜찮아. 내가 위해주지 않으면 누가 위해주겠어?" 했다.
그러다 그는 은근슬쩍 내 허벅지를 더듬곤 하였는데,
그럴 때면 나는 야멸치게 그의 손을 발로 차내곤 하였다.
서로 기분이 언짢은 날은 소파 쟁탈권을 벌리며 언쟁을 벌리기도 하였다.
별 것도 아닌 것을 두고 격렬히 싸우곤 했다.
그는 침대가 둘씩 있는데 왜 하필 소파냐고 따졌고,
나는, 항상 소파에 있으면서 잠시 눕겠다는데 좀 비켜주면 안되느냐고 을러대었다.
이제 나는 소파 쟁탈전을 더 이상 벌리지 않아도 된다.
대체 그는 어디로 간 거지?
병원에 있을 때 내가 휠체어를 끌어주면 그는 몸이 배긴다면서
우리 집 소파가 그렇게 편한 건지 몰랐다고 그 알량한 소파를 그리워하곤 했다.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집에 오던 날 나는 남편의 영정을 소파 위에 잠시 올려 놓았다.
퇴원하여 소파에서 쉬기도 하다가 임종 맞기를 그리도 바랬었는데,
그는 끝내 그 원을 이루지 못하였다.
남편의 영정은 소파와 마주 보는 위치에 있다.
사진 속의 그는 슬퍼 보인다.
작은 소파를 두고 그리도 티격태격하던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모든 것이 꿈결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