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영월에 다녀왔다. 원래의 행선지는 오대산이었는데,
함께 간 친구가 영동고속도로가 막힐 가능성이 많다며 영월로 변경했다.
영월도 좋다마다. 언젠가 영월에 밤에 도착해 장릉 근처에서 저녁만 먹고 돌아온 기억이 있어
이번엔 단종의 비극적 흔적을 돌아보고 동강과 서강도 드라이브 해볼겸 나도 대찬성을 했다.
날씨는 비라도 뿌릴 듯 잔뜩 흐렸지만 흐린날은 흐린날대로 기분을 차분히 갈아앉혀 주는
맛이 괜찮았다.
영월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군청.
그곳에서 여행안내서를 받아들고 행선지를 점찍기 시작했다.
우선 장릉, 그 다음은 청룡포, 그 다음은 한반도 지형,
마지막이 어라연(고기가 비단결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뜻이란다)이었는데,
어라연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녁이라 발길을 돌려
다시 동강 길을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구비구비 흐르는 아름다운 동강을 에워 싸고 있는 수려한 산들,
역시 우리 산하가 내 눈엔 더 아름다웠다.
외국에도 우리 산을 압도하는 절경의 유명산들이 많지만
그 산들은 지나치게 높고 험준하여 친근미가 안느껴지나,
우리 산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굳이 전문 산악인이 아니더라고 오를 수 있다는,
그리하여 깊고 그윽한 산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그런 점이 나는 좋다.
언제고 햇살 투명한 가을 날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괴나리 봇짐 하나 둘러메고
동강을 유람하며 어라연까지 걸어보고 싶다.
나는 감히 히말라야 등반까지는 소망하지 않는다. 우리 산하면 족하다.
서양인들에게 있어 산이란 그저 찌를듯 높은 자연물일 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깊은 산'의 개념이 그들에겐 없단다.
하지만 우리 산은 깊고 그윽하여 인간을 품어준다.
이번의 영월 여행은 다시 한번 그곳을 찾고 싶다는 강한 염원을 내 가슴에 아로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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