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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화 - 밀양 :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tlsdkssk 2007. 6. 1. 03:31

‘밀양’의 숨겨진 빛

 

 

제60회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전도연 덕분에 영화 ‘밀양’을 보려는 관객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밀양의 영어 제목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secret'이 ‘비밀의’ ‘숨겨진’ ‘은밀한’ 등의 뜻을 지니고 있으니

 ‘은밀한 햇빛’ 혹은 ‘숨겨진 빛’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빽빽할 밀’자의 밀양(密陽)은 ‘햇빛이 가득한 고을’이란 의미다.

은밀하게 ‘숨겨진 빛’과 어디에나 ‘빽빽한 빛’.

도대체 이 영화는 왜 이처럼 전혀 다른 의미의 두 가지 제목을 지니고 있을까.

▲ 영화 '밀양'의 한 장면  ⓒ


영화에서 신애(전도연 분)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온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그녀는 밀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아들만을 바라보는 신애는 카센터를 하는 종찬(송강호 분)의 도움으로 작은 피아노학원을 연다.



그러나 어느 날 신애의 아들이 죽은 채 발견된다.

범인은 바로 신애도 아는 웅변학원 원장.

평소 땅을 보러 다닌다는 신애의 말을 듣고 돈이 많은 줄 알아 유괴했던 것이다.

절망의 끝에서 신애는 이웃의 끈질긴 설득으로 종교를 갖게 되고, 누구보다 깊은 신앙심으로

자신의 아들을 죽인 유괴범을 용서하려고 한다.



하지만 범인을 용서하려고 찾아간 교도소에서 그녀는 다시 한 번 큰 절망에 빠진다.

살해범이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자신은 이미 신의 구원을 얻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혼자서 치열하게 얻어낸 신의 구원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그녀는 순간적으로 직감한다.

그 후 신애는 햇빛 속에 숨어 자신을 조롱하고 있는 듯한 신을 향해 도전한다.

교회 장로를 유혹하고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집의 창문에 돌을 던진다.

결국 신애는 정신병원까지 들어갔다 나온다. 도대체 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두를 용서할 수 있는 구원의 빛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구상에서 모든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빛의 근원은 태양이다.

우리는 물체들이 반사한 빛을 보며 그 모양과 색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빛도 있다.



빨주노초파남보로 나누어지는 태양빛 스펙트럼의 빨간색 바깥쪽에는 온도가 높은 적외선이 있고,

보라색 바깥쪽에는 자외선이 있다.

또 뢴트겐은 1895년 눈에 보이지 않는 광선인 X선을 발견했다. 그

후 잇따라 우라늄과 라듐에서 방사선이 발견되면서 가시광선보다 훨씬 짧은 파장의 광선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로써 우리의 눈에 보이는 빛보다 보이지 않는 빛이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밀양을 만든 이창동 감독도 평소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밀양의 라스트신에서 신애는 집 마당에 앉아 머리털을 손수 자른다.

잘려나간 머리털은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 마당 한구석 수챗구멍으로 떨어진다.

그 수챗구멍 위에 희미한 한줄기 햇빛이 내려앉는다.

쓰레기들 옆으로 쓸려간 머리카락에도 밀양의 빽빽한 햇살이 가득하다.



구원의 빛은 거창한 빛이 아니라 어쩌면 그 마당을 가득 채운 햇살처럼 

우리 생활 곳곳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는 빛인지도 모른다.


90년에 데뷔하여 TV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전도연은 97년 ‘접속’을 시작으로

이후 1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동안 좋은 인상을 남겼지만,

사실 아주 파격적인 연기력을 선보였거나 빼어난 미모의 배우로는 기억되지 않았다.

하지만 18년이란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진지하게 노력해온 결과,

드디어 월드스타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밀양의 의미처럼 전도연 역시

우리 주위에 숨겨져 있던 하나의 빛이었다.

그러고 보니 밀양의 ‘빽빽한 빛’과 시크릿 선샤인의 ‘숨겨진 빛’이 결코 다른 의미가 아니다. ‘

密’은 빽빽하다는 뜻도 있지만 ‘비밀로 하다’ ‘은밀하다’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보이지 않는 빛, 숨겨진 빛은 이처럼 우리 주위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성규 편집위원  

출처 : 영화 - 밀양 :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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