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초우산방

tlsdkssk 2007. 4. 23. 23:07
 

              草友산방 다녀오다

                                      2007년 4월

   원주 치악산 옆 백운산 자락에 산방을 지어 살고 계시는 草友 장돈식 선생을 뵈러 갔다.

文友 1명과 山友 2명 넷이서 동서울터미널에 모였다.

   작년 약정한 날에는 새벽에 전화를 받았다.

   “놀라지 마시고 들으세요. 산방에 불이나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네요. 草友 선생님은 무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김정의 선생 전화였다.

   두 번째 정한 날은  비가 내렸다. 갈까 말까 생각하다가 ‘아파트도, 주택도 아니고 산방이니 가면 초청한 분이 미안해 할 게다. 손님 모시려면 일거리 생겨 귀찮을 테니…’싶어 포기했다.

   버스 표 사놓고 기다리는 동안 ‘비 온다고 전화도 않고 안 나오는,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나를 성토한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 아흔을 앞둔 米壽의 어르신에게 비 오는 날 구질구질하게 찾아가는 예의 없는 사람들’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반박하니, 선생님은 ‘그 서선생 병신이구나.’하셨단다. 비 내리시는 산 그 산방의 정취를 모른다고 병신이라니….

   선생님 뵙고 따져야겠다며 차에 오른다.

   핸드폰에 전화번호 입력되어 있는 걸로 안 오실 거냐고 물으면 되지 하니, 입력을 해놓지 않았단다. 문명의 이기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사람이 글은 어떻게 쓰냐며 설왕설래 했다.

   새로 지은 산방 더 운치 있어 보인다. 새들이 집에 들어오고 싶어 해서 천정을 높게 설계하셨단다. 선생님 어깨에는 모여 앉고 다른 사람에게는 얼씬도 않는단다.

   2층까지 안내하신다. 통유리 값만 7천만 원 내화제로 지으셨고, 7.5도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구조물이라 하신다.

   정원에는 큰 광주리가 놓여 있다. 아침에 가득 담아놓은 사료가 반은 없어졌다고 흐뭇해  하신다. 草友亭에 올라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박새가 도토리나무 가지에 앉아 주둥이로 제 털을 뽑는 걸 보고 둥지를 만들어 달아 주었단다.

   새끼 다섯 마리를 키우더니 한 마리가 없어졌는데 선생님 손등을 콕 쪼고는 좀 떨어진 바위로 가더란다. 자꾸 그런 행동해서 따라가 보니 틈새에 한 마리가 끼어서 못 빠져나오고 있더란다.

   매가 짝을 채가자 창문을 두드려서 안전한 곳에 살게 해 주었더니 벌레를 물어와 자꾸 주더란다. 제비가 황금 박씨로 보은(報恩)하고, 까치가 머리를 부딪치며 종소리를 내어 선비에게 보은한 치악(雉岳)산 전설을 떠올리며, 그 벌레를 푹 고아서 국물을 잡수셔야 했는데 했다. 요즘 산길을 못 올라갈 정도로 무릎 관절이 아프시다니 그게 특효약인데 선생님은  짐승과 대화를 더 열심히 연습하셔야겠다고….

   정형외과 의사는 ‘80년 동안 잘 써 먹었으니 고장 날 때도 되었다’하더란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걸어 다닌다는 지인 대법관은 ‘양 다리가 계속 문질러주니 중간다리가 튼실하다’더란다.

   70대까지의 건강은 하늘이 주고, 80대 건강은 받은 자가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며

계단은 손잡이를 잡고 오르내리고, 화장실에서는 혈압을 주의하라신다. 부엌에 저울을 두고 먹 거리는 야채도 달아서 드신다 했다.

   옥수수가 잇몸 건강에 좋다며 매일 아침 우유에 콘 후레이크를 타서 드신다고 했다. 잇몸 약 '인사돌'의 주성분을 옥수수에서 추출한다고...

   인간(인류 문명)에 의한 자연 환경 파괴가 심각하다며 어느 미래학자는 2세대가 지나면

동물들이 거의 멸종한다고 했단다.

   식물도 의사표시를 한다며 실례를 들어 주신다. 은사시나무는 담쟁이가 너무 기어오르자 미끄러운 액을 분비하여 더 못 올라오게 했고, 물병에 담아 기르는 양파는 볼 때마다 예쁘다, 잘 자라라 인사하니 뿌리가 많아지며 크게 자랐단다.

   최근 탈고하여 우리에게 주신 글 ‘시단풍나무의 보은’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개울바닥에서 싹을 건져 와서 11년 동안 자라 草友亭을 단풍으로 물들이는 녀석

     나무에도 표정이 있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가꾸는 사람의 사랑을 받는 나무는 병충해도 잘 견디고 다섯 번이나 옮겨 심기우는 고생을 겪었어도 건강하게 자란다. 정자의 용마루를 넘었다. 창 너머로 그윽이 바라보는 나를 보며, 시단풍나무는 온 몸으로 웃는 듯하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CEO를 하고 자주 만나는 지음(知音)이 내게 ‘빈산엔 노랑꽃’을 읽으라고 권하기에 지은이를 가끔 산방으로 찾아뵌다고 하니, 한번 데려가 달라는 부탁 하더라고 말씀드렸다.

      피조물들과 늘 더불어 사시는 선생님은 이렇게 인사하셨다.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도 동식물과 늘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 겁니다.”

     우리들은 “도심에 찌든 때 씻으려 여름에 또 오겠습니다.” 했고, 나는 “천둥, 번개가 쳐도 오겠습니다.”했다.

      방그러니 계곡 자꾸 뒤돌아보며 내려왔다.  버스 터미널에 오니 찐 강냉이를 팔기에 사서 차에 올랐다.

                                           ( 200자 x 13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