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도 전기가 위험하지만, 살아있는 나무에게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 연말이면 '전기고문' 당하는 가로수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뒤엔 나무들의 신음소리, '잠 좀 자자!'
리장
오늘부터 비와 눈이 내리고 본격적으로 추워진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전국이 영하권에 들면서 한파는 다음주까지 이어진다고 하고요.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사람들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나무들도 단단히 겨울채비를 하지 않으면, 다음해 봄날 생명을 움트고 다시 들판을 뛰어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 쉽사리 먹이감을 구하기 어려운 야생동물들은 겨울잠을 청하거나, 다람쥐처럼 도토리 등 먹이들을 잘 비축해두곤 합니다. 나무들도 마찬가지로 따뜻한 봄날 꽃눈과 새 잎을 틔우기 위해서 성장속도를 늦추고 겨울잠을 청하게 됩니다. 이때 나무들이 가을내 떨꾼 낙엽들은 나무뿌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훌륭한 이불이 되어주곤 합니다.
그런데 도심의 가로수들은 숲 속의 나무들과 달리, 겨울이 되어서도 편안하게 겨울잠을 청할 수가 없습니다.
1년내내 아스팔트 도로곁에서 대기오염시키고 지구를 뜨겁게 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수많은 유해물질을 빨아들이고 대신 사람들의 숨줄인 산소를 내어주는 고마운 가로수에게는, 겨울에도 잠시 쉴틈조차 주워지지 않습니다.
거리마다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불빛들로 가득하다
가로수 기둥과 줄기 끝까지 전등이 타고 올라 불을 밝히고 있다
화려한 불빛의 이면에 신음하는 나무가 있다
태평오를 따라 서울시청, 그리고 광화문까지의 가로수들은 밤잠을 잘 수가 없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연말연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트리장식이다 모다 해서 온갖 것들의 전등과 점멸등을 꺼내 거리의 가로수에 칭칭 감아버립니다. 굵고 가는 전깃줄이 여기에 합세해 기둥과 줄기를 타고 나무 전체를 감싸게 됩니다. 그리고 나무는 점등의 불을 켜기 위한 스위치가 올려지는 순간부터 밤새도록 '전기고문'에 시달려야 합니다. 겨울 밤에도 환한 불빛때문에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게 되는겁니다.
가로수와 가로수는 전깃줄로 이어져 있다
나무의 몸통 전체가 전깃줄로 칭칭 감겨있다
가로등 만으로도 충분히 불을 밝힐 수 있는데...
전기고문 스위치에 '위험'하단 표시가 되어 있다
다른 가로수들보다 몸통이 작은 가로수도 전기고문을 피해갈 수 없다
가로수 몸통에' 전기위험'이란 표시가 된 스위치 박스가 보인다
가로수의 몸통을 전깃줄과 전등이 옥죄고 있다
전깃줄에 신음하는 나무들에게 미안하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잠을 청한다. 나무들도 잠을 자고 싶어할 것 같다
시청부터 광화문까지에 자리한 가로수는 연말연시만 되면 정말 괴로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사람의 몸에 전깃줄을 두루고 점등을 밝힌다면 사람은 온전하게 잠을 자거나 그 사람의 생체리듬은 괜찮을지 말입니다. 아마 채 1분도 견뎌내지 못할 것입니다. 컴퓨터, 휴대폰, 텔레비전 등 평소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제품과 전기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에게 좋지 않다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그런데 나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는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밤낮없이 굵은 전깃줄을 몸에 이고 전기고문을 당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람들의 작은 이기심에 늘 희생을 강요당하는 자연과 나무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튼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지 않더라도, 힘겨운 목소리로 '잠 좀 재워주라'라고 신음하는 나무들을 위해서 올해 연말연시, 크리스마스에는 화려한 전기등불이 아닌 작지만 경건하고 분위기 더 좋은 촛불을 밝혀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가족, 아이들과 둘러앉아 작은 촛불을 밝혀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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