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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황금빛 유혹 / 구스타프 클림트
tlsdkssk
2006. 1. 15. 15:25
<고요한 호수>
클림트의 풍경화 속에는 이야기도 없고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원근법은 교묘하게 비틀려 있고
빛의 방향조차 일정하지 않다.
단지 빛의 확산과 관조적인 울림만이 있는
독특한 분위기이다.
그림 전체를 지배하는 고요함은 인간의 행위나
동적인 에너지가 끼어들 여지를 아예 없앤다.
클림트 풍경화 대부분이 취하고 있는
정사각현 형태가 이 집요한 정적을 강조한다.
숲에 떨어진 낙엽이나 나무 껍질을 묘사한
갈색과 회색의 물결은 자연의 순환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우울한 마음을 담아낸 듯하다.
어둡다 못해 음침한 느낌까지 드는 늪과 호수는
또 어떤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심연을 연상시킨다.
사람들이 그의 풍경화 앞에서 시선을
어디로 둘지몰라 당황해 하면서도 그림이 가진
섬세한 분위기에 끌리는 것은 이 우발적으로 보이는
세밀한 의도 때문이다.
빡빡한 느낌이 들 정도로 두텁게 칠해진 물감층은
다양한 색채로 조밀하게 구성하여 그림 안 공간을
색의 장막으로 가린 느낌이다.
이 색의 장막 뒤로 펼쳐진 공간을 우리가 볼 수 있으므로
'투명한 베일' 이라 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 두께나 닫혀진 느낌 때문에 불투명한
장막이라는 말이 옳겠다.
클림트의 '모자이크 양식' 풍경화 중 가장 아름다운
<아터 호숫가의 시골집(여름풍경)>은 이 장막과
또 다른 배후를 훌륭하게 드러내 준다.
이 그림은 모자이크처럼 작은 붓질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구성하고 있으면서도 하나하나의 붓질이
전체 구성에 거슬리기는 커녕 잘 융화되어
절로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나무들과 관목 덤불, 집은 형체가 불분명하여
신비한 느낌까지 준다.
그래서일까. 전혀 사실적이지 않고 풍경이
모호하게 뒤섞인 듯한 이 그림에서 오히려 사실적인
그림이 줄 수 없는 어떤 것. 현상 배후에 있는
실제 혹은 진실이 어렴풋이 드러나 있다.
이처럼 실재와 진실이 환기되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 그림이 가진 완벽한 조화 때문이다.
보는 이를 한눈에 매혹시키는 이 베일은
투명하게 그 뒤를 비쳐 보이는 듯하면서도
도저히 꿰뚫어볼 수 없게 한다.
유혹하면서 한편으로 고집스럽게 자신을
감추는 이 베일이야말로 이시스 여신 상 앞에
드리울만하지 않은가.
클림트의 풍경화에는 문이 없다.
그림을 보면서 문을 찾던 우리는 어느새
그림에 갇힌 자신을 발견한다.
순수하고 근원적인 자연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는
풍경은 인간의 작업이나 인간의 행위를 묘사하기는 커녕
자연 속에 남겨지기 마련인 인간적 행위의 흔적조차도
제거하고 있다.
원래 인간의 흔적을 간직하게 마련인 밭이나 오솔길
심지어 건물들조차 손상될 수 없는 유기적 자연의
일부이거나 그것을 장식해 주는 이미지로 환원된다.
출처......"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중에서
출처
: 황금빛 유혹 / 구스타프 클림트
글쓴이
: 사랑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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