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산책길

tlsdkssk 2005. 12. 16. 01:10
 

                         



    


                    

                             산 책 길

   집을 나선다. ‘방아다리근린공원’이라는 이름이 바위에 새겨져있는 공원이 나온다. 산수유가 맨 먼저 나를 반긴다. 雪寒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어느 꽃보다 먼저 봄소식을 알리면서 시샘 없는 평화와 겸손함을 알려주는 꽃이다.

   목련이 우아한 자태로 손짓하고, 벚꽃도 흐드러지게 길가를 누비는 길을 따라가면 양떼를 돌보는 牧者 그림이 크게 붙은 ‘횃불 선교 센타’가 나온다. 목자 아래에 ‘와보라. 나는 선한 목자라. 내가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느니라’ 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우면산 자락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면 소나무 사이로 대나무 몇 그루가 뻗어 있다. 梅蘭菊竹 4君子의 하나가 집 가까이 있는 게 자랑스럽다.

   남쪽으로 길을 잡으면 양재천이 흐른다. 자리를 잡고 앉아 들여다보니 송사리떼가 보여서 물이 퍽 맑아졌음을 알게 된다. 청계천이 복원 된지  두 달 만에 천만 명이 다녀갔다니 도회지에 갇힌 현대인들은 흐르는 물을 보며 향수에 젖나보다. 낮에 다녀온 사람은 밤에 야경을 보러 또 간다니 되살아난 물은 인간들의 잃어버린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흐르나보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양재시민의 숲’이 나온다. 산림욕 하러 멀리 안가도 공기가 정화되는 숲 속을 거닐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인데 ‘행복의 길’이 나를 반긴다. ‘부를 생산하지 않고는 부를 소비할 수 없듯이 행복을 만들지 않고 행복을 누릴 수는 없다.’ ‘행복한 결혼이란 약혼 때부터 죽을 때까지가 긴 대화와 같은 것’ 등 행복을 생각하게 하는 글귀를 적어둔 목판들이 줄지어 있다.

   여학생 둘이 묻는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어디로 가는 거지요?” 30분 정도 걸어가라니까 택시를 타야겠다고 한다. 걷기 싫어하고 바쁘게만 살아가려는 젊은이에게 따라오라며 같이 걷자고 타이른다. 걷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며 ‘맨발 공원’으로 이끈다.

    크게 그린 발에 부위별로 오장육부와 연결되어있는 그림이 나온다. ‘발은 제2의 심장이다. 발은 혈액을 심장에 되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고, 발 맛사지 하면 전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인체에 활력이 생성된다. 면역기능 회복하여 자연치유력이 강화된다. 발바닥에 인체의 말초신경이 모여 있어 발 자극하면 전신의 신경망에 자극주어 장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쌓인 피로 회복,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좌골신경통, 근육통 치료에 도움을 준다.’등이 적혀 있다. 석 달 전부터 어깨 근육이 아파와 파스를 붙이며 살았는데 맨발 공원을 보름동안 다닌 끝에 많이 나았다.

    발바닥이 아파 힘들어하는데 성큼성큼 걸어가는 사람이 말한다. 3년 동안 이틀에 한번씩 걷는데  뇌졸중(중풍), 당뇨, 암 예방 등에 좋다고 한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하고, 행복은 만들면서 살아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黙想하면서 서울시내에 흔치 않는 背山臨水의 산책길을 걷는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로 평생 동안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장영희교수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에서 행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우리는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내내 행복을 추구하지만, 막상 우리가 원하던 행복을 획득하면 그 행복을 느끼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일단 그 행복에 익숙해지면 그것은 더 이상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에 관한한 우리는 지독한 변덕꾸러기이고 절대적 행복, 영원한 행복이란 없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는 행복을 그토록 원하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산다. 간혹 자신이 남에게 준 행복을 깨닫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새삼 생각해보면 행복은 어마어마한  가치나  위대한 성취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작은 순간들 -무심히 건넨 한마디 말, 별 생각 없이  내민 손, 은연중에 내비친 작은 미소 속에 보석처럼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

   치악산자락에 山房을 짓고 자연과 하나 되어 86세로 노년을 사시는 수필계의 대선배 草友장돈식 선생님께서는 집필하신 ‘빈산엔 노랑꽃’을 내게 주시면서 이렇게 쓰셨다. ‘肯定的인 思考가 幸福에의 디딤돌이더이다.‘

      크지 않지만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조그만 것이라도 나누면서 살아가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의 길이 아닐까 생각하며 2시간동안의 산책을 마무리한다.


                                         2005. 12  (200x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