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술
부정맥이 있어 약을 먹고 있다. 맥을 짚어보면 1분에 52회 정도로 서맥(徐脈)이고, 맥이 일정하게 뛰지는 않지만 쉬지 않고 뛰긴 하는데, 홀트(24시간 심전도)검사를 해보니 5초 동안 심장이 뛰지 않은 것이 발견되었다. 길을 걷다가 어지러워 발길을 멈추고, 집에서 일어서다가 쓰러진 적도 있었는데, 심장이 뛰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입원해서 수술대에 누웠다. 전신마취하지 않고, 국부마취에 시간은 2시간정도 걸린다고 하여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피부를 5cm정도 절개한 후 심장박동기를 몸속에 넣고 실로 꾸어 맨다 하니 약간은 겁도 났다. 몸속에 바늘이 발견되어 원인을 조사했더니 수술할 때 놓아두고 봉합한 적도 있다지 않는가.
마취주사 맞을 때 뜨끔하더니 전혀 통증 없이 수술이 진행되는가 보다. ‘불멸의 이순신’ 소설에 장군이 어깨에 총알이 꽂혀 수술 받는 장면이 있다.
‘얼굴에 비 오듯 땀이 쏟아져 내렸다. 정운은 사정없이 살점을 좌우로 찍어 후벼 팠다. 이순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발버둥 쳤고 병졸들이 힘껏 팔다리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이를 악물면서 비명을 참아냈다.’
장군이 겪은 통증을 묵상하면서 마취약의 위력에 놀란다. 의술의 발달은 얼마나 놀라운가. 심장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박동을 건전지로 일으켜 심근에 연결하다니 .....
건전지도 리튬전지가 개발되면서 수명이 길어져 30년 전 3개월에서 시작한 것이 이제는 5~10년 후에 건전지 바꾸는 수술을 하면 된다고 한다.
수술 시작할 때 소변을 보았는데 한 시간 지나니 소변이 마려워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 그냥 싸란다. 링겔주사로 혈관에 주입된 수분이 신장으로 들어가 소변으로 빠지는 것을 알았다. TV에서 ‘생로병사’를 시청하면 창조된 세포의 기능들과 생명체의 메카니즘이 참으로 걸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핏줄로 들어갔는데 소변 되어 나오니 새삼 신기하다.
간호사들이 하루에 한 번씩 하는 질문 중에 “오늘 대변 보셨나요?”는 세월의 변화를 생각하게 한다. 옛날 ‘보릿고개‘때 인사는 “진지 드셨습니까?” 였는데 이제는 小食하고 대변 잘 보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좋은 시대에 태어나 고장 난 몸 고치며 똥 인사까지 받으니 우리는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문병객 중에는 멀리 있어 볼 수 없었지만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찾아왔다. 미국에 살고 있는데 한국에 사업차 나온 후배인데, 살면서 가장 보고 싶다고 생각한 세 사람 중의 한명이다. 會者定離는 인생살이의 진리이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다보면 離者再會도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다.
2005년 10월 (200자 X 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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