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헤르만 헤세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을 때
tlsdkssk
2013. 7. 22. 09:19
우리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지 않으면 안되는 계기는
우리가 비참해졌을 때이다.
과로움을 참을 수 있는 한도까지 괴로와하고,
삶의 모든 것을 뼈저리게 아픈 하나의 상처로서 생각할 때이다.
절망을 호흡하고 희망이 빛을 아주 잃어버렸을 때이다.
그리고 그 비참한 가운데서 혼자 외롭게 자기 인생을 응시한 끝에
그 벅차고도 아름다운 잔인성에 질려,
이미 삶의 의미를 파악할 수도 없고,
이미 사는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할 때,
그때야말로 우리의 귀는 그 기막히게 멋진 시인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이미 관중도 아니고 애독자도 비평가도 아니다.
그 때 우리는 그의 작품속의 불쌍한 인간들의 형체로서
그들의 괴로움을 더불어 괴로와하고,
그들과 더불어 한 구석으로 쫒겨나 숨을 헐떡거리면서,
삶의 소용돌이와 죽음의 영원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악,그의 위안, 그의 사랑에 귀를 기울여 ,
비로서 등골이 오싹한 지옥의 모습과도 같은 세계의 야릇한 의미를 체득하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서> -
출처 : hos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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