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오늘, 또 하루의 삶/이영춘
tlsdkssk
2010. 1. 26. 17:50
오늘, 또 하루 삶 / 이영춘
난로에선 주전자 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나는 끓는 주전자 뚜껑 죽어라, 죽어라
내리누르고 누르고
주전자 속 보리 알갱이들은
두 눈 벌겋게 뜨고 달려든다
튀어나온다
이 겨울 한복판,
빈 벌판에 내동댕이쳐진 양은 냄비하나
겅중겅중 뛰어 나에게로 달려온다
할머니가 감자 톨 구워 주던 화롯가
어머니가 알밤 까 주던 아궁이가
그립다 새삼
난롯가에는 여전히, 주전자 속에는 여전히
부글부글 내 삶들이 들썩이는데
저만치 등 뒤에선 누군가 누군가가
자꾸 주전자 뚜껑을 내려놓고 떠나라고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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