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친구 H와 제천 청풍호엘 다녀왔다.
우리 아파트 벚꽃은 이미 지고 말았는데, 청풍호 벚꽃은 이제 절정이었다.
바람결에 꽃잎이 난분분히 흩어지며 화우(花雨)로 내리는 광경을 지켜보노라니
몽환적 착시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친구는 운전을 하다 말고 잠사잠시 멈추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토록 벚꽃이 절정일 때 와보기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조금 이르던지 조금 늦던지 하여 늘 아쉬웠다고 한다.
의사 생활 하느라 때를 맞추는 것이 여의치 않았으리라.
산벚꽃은 아직 일러 군데군데 조금씩만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친구가 산벚을 가르치며 이런 말을 한다.
"나 의대 다닐 때, 어떤 애는 저 산벚나무를 보며 흉하다고 했어."
내가
"아니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산벚꽃을 보며 어찌 그런 흉한 말을?"
하자, 그 친구는 마치 머리 헌 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거였다.
인간의 연상이란 이토록 다를 수도 있는 것인가.
하기야 지난 일요일 창수 산행 할 때 S 선생은 조팝꽃을 보며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이 꽃을 보면 왠지 무서워져요."
그는 남자인데 어찌 그 하얗고 애잔한 꽃을 보며 무섭다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킬킬 웃으며,
'선생님은 전생에 조팝꽃이었어요. 한데 너무 곱고 아픔다워 어느 날 무참히 꺾이고 말았지요.
그 기억이 남아 있어 조팝꽃만 보면 두려운 생각이 드는 거예요.'라고 실없는 소리를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나는 조팝꽃만 보면 한아름 꺾어다 잡안에 꽂아두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에
그런 상상을 했던 거였다.
어제 걸었던 청풍호 주변엔 아기별꽃, 양지꽃, 제비꽃들이 어찌나 많이 피어 있던지.
한데 그 꽃들은 키가 작고 꽃송이도 자잘해서 우리는 경배하듯 고개를 숙여
그 꽃들에게 인사를 해야했다.
바로 어제 일이건만 어느 덧 꿈 속의 일인듯 아련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