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좋다
세기의 미녀 스타 리즈 테일러가 타계하였다.
숨이 막히도록 어여쁜 그녀를 두고 어쩐 일인지 요즘 젊은 이들은
우리 세대 만큼 열광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내 아들이 그러 했고, 내 친구의 딸이 그러했다.
"무지 예쁘지?" 물으면 그들은 하나같이 별로라는 반응이다.
미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전 티비 영화 채널에서 리즈 테일러 리차드 버튼 주연의 <클레오파트라>를 상영하기에
잠시 감상을 했다. 시간에 쫓기기도 하였지만, 영화가 어찌나 비주얼만 요란하던지
보다가 꺼버렸다.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리즈가 숨막히도록 질리게 하는 요인도
티비를 끄게 하는 요인이었다.
이제 보니 리즈는 땅딸이다. 얼굴은 완벽하나 그 완벽함이 되레 일찍 식상하게 만든다.
가슴만 엄청 크고 허리,다리가 짧고 목도 짧아 화면에 전신이 나오면 자라다 만 여자를 보는 것 같은
답답증이 느껴졌다.
만약 하느님이 리즈의 외모와 나의 외모를 놓고 어느 편을 갖겠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별 망설임 없이 지금의 나를 선택하겠다.
리즈의 미모는 아무리 보아도 비인간적이고 얼굴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다.
나는 인간의 얼굴도 유연한 얼굴이 좋다.
나는 리즈보다는 비비안 리를 더 좋아했다.
비비안 리 역시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는 얼굴이지만 리즈만큼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 것 같아 좋았다.
그녀도 작은 키지만 리즈처럼 답답하지는 않았다.
생전에 리차드 버튼은 리즈를 일컬어 미녀가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버튼은 에바 가드너야 말로 미녀라고 했단다.
만약 리즈테일러가 오늘 날에 영화계에 나왔다면 그녀는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얼굴만 살아 있는 배우에게 누가 열광을 하겠는가.